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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성지순례 - 태백산 망경사

선정행 여래사 불자


설날 밤 11시 35분, 청량리역에서 태백행 기차를 탔다.
새벽 3시, 태백역에 도착!
유일사 입구까지 이동하여 3시 30분부터 혼자 산행을 시작했다.
작은 배낭에 초콜릿 몇 개와 물 한 병, 캔커피 하나가 내 행동양식이다.
태백산을 20차례 오르면서 망경사, 백단사, 유일사를 한 번도 제대로 참배를 못한 게 마음에 걸렸었다.
그 마음과 내 안의 또 다른 원을 가지고 산을 올랐다.
오래된 등산화를 벗 삼아 한발 한발 내딛었다.
워낙 이른 시간이고 날도 설날이라 등산객이 한 명도 없다.
1시간 30분 산행….
유일사 100미터 전방.
가는 길이 얼음으로 차 있고 길은 많이 좁았다.
유일사를 들렀다가는 자칫 등산화가 아닌 다른 분과 친구를 할듯하여 ‘따뜻한 봄날 다시 오겠습니다.’란 다짐과 함께 합장인사 하고 장군봉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조금 걷다가 다시 또 넘어지고, 일어나고, 도움을 청하지도, 청할 수도 없다.
그 시간 태백산엔 나 혼자였기 때문이다.
무모한 행동인 걸 알고 행했다.
두렵거나 내가 조난을 당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발 한숨 태백과 함께 있는 일각일초가 행복했다.
관세음보살 정근과 내 원을 되새기며 걷다보니 주목 군락지가 보이고 천재단이 보였다.
‘내가 장군봉을 지나쳤나???!’
망경사로 향하는 길을 찾다 다시 제자리 장군봉이란 비석이 보인다.
예전에 없던 재단이 생겼고 그곳이 천재단이란 푯말이 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서 옛 천재단에 도착했다.
‘이곳은 운해와 해돋이가 더 없이 좋은데…’
혼자 중얼거리며 시계를 보니 5시 40분, 해가 뜨려면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있어야 될 듯싶다.
먼발치로 단종비각과 망경사의 불빛이 보인다.
자연이 주신 눈썰매를 온몸으로 느끼며 단군비각에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사의 합장을 했다. 그리고 망경사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심스레 내려갔다.
문수보살님이 환한 미소로 반겨 주신다.
망경사는 월정사의 말사이며 자장율사께서 말년에 창건한 사찰이다.
작은 대웅전과 산신각, 종무소 겸 스님 주석처, 기도하는 불자들을 위한 거처가 있다.
망경사는 지리산 법계사, 설악산 봉정암과 더불어 해발 1500미터 이상의 높이에 있는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그러한 기도처가 언제부터인가 등산객들이 들려 쉬어가는 휴식처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순례길에는 기도도량으로서의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처님과 문수보살님의 가피를 받는 예전의 기도처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발원했다.
망경사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반재를 지나 당골로 길을 잡았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7시 40분, 당골광장 도착!
아이젠 없이 무사히 순례길을 마쳤다.
그러나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를 반복하는 순례길이었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우리의 인생길과 같네…’
혼자 생각하며 빙그레 웃었다.
부처님께, 그리고 나와 함께한 등산화와 내 몸, 배낭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