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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입보리행론 강의

김명환
불광출판사 제작부장


우리 안의 선한 본성을 드러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존재가 똑같이 행복을 바라는데, 어째서 나만 행복하기를 바라는가?
어째서 자신은 괴로움으로부터 지키려고 하면서 다른 이들은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이타심을 강조하는 달라이 라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일견 도덕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정신적 스승 달라이 라마의 입에서 나오면 그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에 대해 몇 번이나 생각할까. 어쩌다 한 번 타인을 돕겠다고 나섰다가 왠지 손해 본 것 같고, 자신의 선행을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은 또 몇 번인가. 모든 사람은 조금이나마 이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타심은 너무 빨리 한계에 도달한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는 타인을 돕는 선한 마음에는 반드시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을 도왔다며 나를 내세우는 우쭐한 마음, 미움, 분노 등의 감정을 넘어, 있는 그대로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피려면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입보리행론』은 바로 이 지혜를 다룬 문헌이다. 타인을 위한 이타심, 즉 선한 마음을 키우고 단련시키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입보리행론』은 어떻게 하면 이타심을 일으키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이 마음이 퇴보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육바라밀六波羅蜜이라고 불리는 수행 방법이 대표적이다.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의 여섯 가지를 가리키는 이 육바라밀 수행법은 이타 정신을 함양하려는 보살들이 필수로 실천해야 하는 수행법이다.
달라이 라마가 아름답고 지혜로운 내용에
감동하여 눈물 흘린 입보리행론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망명 정부를 이끌며 철저한 비폭력 노선을 견지해 오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이면서도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악행을 저지른 가해자를 염려한다. 씻을 수 없는 그들의 죄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보리행론』에서 말하는 높은 차원의 이타심은 이처럼 악행을 저지른 가해자들도 제도하여 선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지금 나의 적이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기쁨은 실제로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하는 삶 속에서 일어나는 한 번의 파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금 악행을 저지르는 이의 행복을 시기하거나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연민의 마음을 닦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삶을 예로 들며 진리와 소통하는, 간단하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을 전통적인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보여준다. 자비심을 근원으로 삼아 연기緣起를 이해하고, 방편을 통한 자비의 실천으로 행복의 테두리를 넓힐 때, 비로소 보살행을 성취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또 우리 안의 선한 본성은 누구도 훼손시킬 수 없으며, 그 마음은 무한대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을 간결하고 가슴에 와닿는 말로 설명하며,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과 다정함의 잠재된 힘을 조금이라도 빨리 일깨우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길을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쉽게 설명한다. 그 가르침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의미이다.
수많은 대중에게 『입보리행론』을 강의해온 달라이 라마는 지금도 그 가르침에 감동하여 가끔씩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만큼 진심으로 『입보리행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시적인 은유가 주는 감동,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쉽고 편안하다
『입보리행론』은 보살이 되려고 맹세한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이다. 불교에서는 보살을 ‘고통에 빠져있는 모든 중생이 구원받을 때까지 결코 열반에 들지 않겠다고 맹세한 수행자’로 표현할 만큼 이타 정신으로 무장한 존재로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보살이 되겠다고 맹세하는 마음을 ‘보리심菩提心’이라고 하는데, 이 ‘보리심을 발현하기 위한 실천방법을 논한 책’이 바로 『입보리행론』이다.
이 논서는 8세기경, 성자로 칭송받는 인도 승려 샨띠데바가 저술했으며, 보살의 수행에 관해 가장 잘 설명한 문헌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모든 티베트불교 종파의 스승들이 높이 추앙하는 논서이며, 백 명 이상의 뛰어난 스승들이 이 논서에 관한 주석을 썼을 정도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심 수행법은 육바라밀이다. 제1장은 보리심의 찬탄, 제2장은 삼귀의와 참회, 제3장은 보리심에 대한 맹세, 제4장은 이 맹세를 지키기 위한 길, 제5장은 정지正知의 수호, 제6장은 인욕忍辱 제7장은 정진精進, 제8장은 선정禪定, 제9장은 지혜智慧를 설명하며, 마지막 제10장은 모든 붓다와 보살을 찬탄하는 것[廻向]으로 내용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육바라밀의 보시가 제2장에 담겨있고, 제5~9장에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순으로 육바라밀의 실천을 설명하고 있다. 보시란 바라는 마음 없이 타인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돕는 행위를 말하고, 지계는 수행을 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을 말하며, 인욕은 어떠한 모욕을 받아도 참고 견디는 마음을 말한다. 정진은 이 모든 노력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말하며, 선정은 마음을 집중시켜 어떠한 경우도 동요하지 않는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지혜는 이 모든 수행을 통해 얻은 결과로, 세상의 실상을 제대로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를 얻은 경지를 말한다. 즉, 진리에 눈뜬 상태이며, 깨달음을 얻은 것을 의미한다.
보리심, 육바라밀, 회향廻向 등 보살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유려한 시문으로 표현한 이 논서는 복잡하고 방대한 불교 교리를 암송하기 쉽게 만든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바꿔 말해 교리를 아름다운 노래 가사로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도 티베트 승려들은 물론, 전 세계 많은 불자들은 이 게송을 암송하며 보살의 길을 걷고 있다.


별, 신기루, 혹은 불꽃과 같이,
마술로 일어난 환영, 이슬, 혹은 물거품과 같이,
꿈, 섬광, 혹은 구름과 같이,
모든 이루어진 것들을 이렇게 보아야 한다. _13쪽


땅에 닿기를 원하는 이에게는 섬이 되고,
빛을 원하는 이에게는 등불이 되고,
쉴 곳이 필요한 이에게는 쉼터가 되며,
하인이 필요한 이에게는 하인이 될 수 있기를. _66쪽


모든 것은 익숙해지면
[견디기] 쉬워진다.
그러니 작은 고통에 익숙해짐으로써
큰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게 된다. _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