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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스님의 높은 콜레스테롤, 어떻게 해석할까?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50대 후반의 스님이 오셨다.
주로 선방에 계신다는 이 스님께서 자신의 콜레스테롤이 높은 이유를 궁금해 하셨다. 육식은 입에 대지 않는 자신에게 이런 병이 온다는 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육식이 그 병을 가져온다는 스님의 판단은 틀리지 않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고지혈증)들이 대부분 육식을 선호하는 사례가 많고 실제로 삼겹살 갈비 등 동물성 식단과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식 없는 식단으로도 이 병은 얼마든지 올 수 있다.
나는 고지혈증 환자들이 내원했을 때 식단을 적어서 매일매일 카톡으로 제출하도록 한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는 명언처럼 건강은 먹는 음식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어서 어찌 보면 음식이 약보다 더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때론 잘못된 식단을 옳은 방향이라 맹신하고 실천하는 사례도 있어 이를 교정해주기도 한다.


이 스님처럼 고기는커녕 달걀조차 멀리하는 극단적인 식이습관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식이습관을 관찰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높아진다. 당연히 동물성 음식에는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식물성 음식에도 포화지방산은 많고 특히 밀가루 음식에는 포화지방이 높게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고기가 아니더라도 절에서 접하는 흰밥 국수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페이스트리, 카스테라, 머핀, 케이크 등의 밀가루 음식이나 비스킷 등 제과류는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많은 고지혈증 환자들이 육식을 멀리하고 스님처럼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데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은 식물성 포화지방산의 과잉 섭취로 인하여 콜레스테롤의 합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성 고 콜레스테롤 혈증과 같은 가족력이 있거나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동반되어 있을 때에는 콜레스테롤 분해가 저하되어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는 것은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육식의 지방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동시에 섬유질과 야채 과일은 얼마나 먹지 않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스님의 식단을 살펴본 결과 예상했던 대로 문제점을 발견했다. 유난히 빵 종류와 간식으로 라면을 자주 드셨다. 입 안에서 녹듯이 부드럽게 감칠맛 나는 빵이나 라면은 고 탄수화물인 만큼 포화지방산이 높아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와 더불어 반드시 식단 교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식사 외에는 빵과 라면 등 탄수화물을 피하고 채소류와 해조류를 통해 충분한 섬유질 섭취를 유도했다. 섬유질은 장에서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줄여주고 포만감이 생기게 하여 식사량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엉 연근 표고버섯차를 자주 드시도록 했는데, 식이섬유가 많아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흡착 배설하는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매일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서 걷도록 말씀드렸다. 햇볕은 체내 콜레스테롤이 비타민 D로 전환되도록 해주고 걷는 운동으로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평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혹시 탄수화물이 많은 건 아닌지 식단을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