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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는 않겠지만 끝까지 함께하길
자승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저는 지난 1월 26일 총무원장 담화문을 통해, 한국불교가 오늘날 처한 현실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허물에서 기인함을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불교, 사회와 함께 하는 불교, 시대정신을 부여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한국불교를 세우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자성과 쇄신을 통해 60여 년 전 ‘봉암사 결사’ 이후 한국불교사에 남을만한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되는 ‘결사’의 정신으로 현재의 ‘민족문화수호 활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제안하는 저의 마음은 간절했으나 마음 한 편에는 저의 제안이 얼마나 절실하게 전달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종정 예하와 원로의원 스님들을 비롯하여 종단의 많은 스님들이 공감하시고 동참의 뜻을 밝혀주셨습니다. 또한 사회와 이웃종교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결사 제안 이후 지난 2개월여의 기간은 다양한 의견을 전해 듣고 한국불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총무부장스님 이하 중앙종무기관의 교역직·일반직 종무원 여러분들이 ‘민족문화 수호 100일 정진’ 원력을 세워 매일 아침 108배 정진과 3차례의 1080배 정진을 통해 민족문화 수호 활동과 결사 추진 대열의 맨 앞에서 용맹정진해 주어 고맙고 든든한 마음을 이루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한편, 제가 결사를 제안한 이후 그 뜻과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몇 가지 우려와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먼저, 의지 문제였습니다. 총무원장이나 총무원이 얼마나 결연하게 민족 문화 수호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소신있게 결사를 지속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습니다.
제33대 총무원장에 취임하여 그리 오래지 않아 총무원장의 소임이 얼마나 중요하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느낌은 총무원장이 되고자 결심을 하고 종단 운영의 계획을 세울 때와는 매우 다른 것이었습니다. 중앙종무기관에는 교역직 스님들을 비롯해서 많은 실무진들이 있어 많은 일들을 입안하여 실행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결국 총무원장의 책임이 아닌 것이 없음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자성과 쇄신 결사’의 제안은 이러한 막중한 책임 의식에 더해 평소 평범한 종도로서 가지고 있었던 소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감히 종도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이 결사는 정해진 제 임기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적어도 3년 후에는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이 사부대중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고 국민과 사회를 향해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었음을 종도 여러분 모두와 함께 축하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장과 요구만으로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는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래된 역사와 외형적 규모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지금 이 순간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을 올바로 보아야 합니다. 순간 순간, 언제나 깨어 있어 주위의 모든 인연들을 소중히 받아들이고 보듬어야만 합니다.
단순히 조계종단과 한국불교의 위상이 절하됨을 안타까워해서가 아닙니다.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시어 그 누구보다 중생을 위해, 세상의 행복을 위해 일생을 바친 부처님의 가르침이 여법하게 전해지지 못하게 되어 지혜의 빛을 잃고 방황할 세상의 무명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이는 민족 문화 수호 활동이 무엇이고, 자성과 쇄신 결사는 또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족문화 수호 활동은 지극히 현실적인 종단의 해결 과제입니다.
종교 고유의 활동을 함에 있어 국가와 정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중첩된 법적 규제에 시달리고, 편향된 종교관에 상처받고, 편협하고 왜곡된 문화 인식으로 수모를 당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민족문화 수호 활동은 더욱 열심히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교계의 인식이나 행동 방식에 있어 불교계만의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시각, 스스로의 문제는 내버려 두면서 남의 문제만 구실 삼는다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국민과 사회와 소통하지 못했고 함께 하지 못했던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국가나 정부 차원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감에 있어 국가나 정부 탓을 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 내부의 문제들은 없었는지 뼈저리게 돌아보자는 것이 바로 자성과 쇄신 결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교는 과연 불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얼마나 희망과 감동을 주는 존재였는지 겸허하게 되짚어보자는 것이 바로 자성과 쇄신 결사인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중앙종무기관과 지방종무기관은 물론 불자들이 먼저 실천하고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가고자 하여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 등 5대 분야의 결사를 제안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종교적 가르침을 사회화하고 국민적 감동을 되살리자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민족문화 수호 활동은 구체적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결사와 병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민족문화 수호 활동과 자성과 쇄신결사라는 두 개의 길을 걷지만, 결국 이는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을 더욱 올바로 세우는 하나의 길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자리는 중앙종무기관 차원에서 진행해 온 민족문화 수호 활동 100일 정진 회향 및 자성과 쇄신 결사 입재 법회의 자리이며, 담화문을 통해 제안하였던 자성과 쇄신 결사에 대하여 중앙종무기관 차원에서 종단 운영의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발표하고, 각 사찰 단위에 지침을 전달하는 자리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좀 더 다듬어야 할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결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처음 제안에서 말씀드렸듯이 다양한 대중공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총무원장부터 말사의 주지스님, 산골 작은 사찰의 신도 한 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지금 우리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이 무엇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어떻게 새롭게 변해야 하는지를 알아가고 서로 공감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중앙종무기관 차원의 발표에 따른 실천과 더불어 제방의 스님들과의 대중공사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예정된 교구 차원의 민족문화 수호 결의대회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1080배 정진에 동참해 주신 조계사, 봉은사 신도님들과 포교 신도 단체와 불교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정토회 불자여러분, 중앙종무기관 종무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우리 모두가 결사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해 주실 것을 간절히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