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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

미산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이 글은 3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현대사회에 구현해야할 불교적 가치 - 종단 5대결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발표된 미산스님의 발제문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1. 불교적 가치가 왜 현대사회에 절실히 요청되는가?
1) 어디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오늘날 인류는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서울 시내 중심부의 지하철역에서 빠져 나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보면 현대인들의 삶의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모습과 표정들 속에서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삶의 양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얻는다. 일본의 대지진과 해일로 인하여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여 나온 방사성 물질이 당일 오후 4시경에 한국에 상륙하므로 신속히 귀가하여 외출을 금하라는 메일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는 순간,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정보를 접하고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허위 메일임이 알려져 해프닝으로 끝났다. 알고 보니 한 회사원이 장난삼아 친구에게 보낸 것이 실시간에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번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태평양을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과 유럽대륙에서도 실제 일본의 원전에서 날아 왔을 것이라 추정되는 방사성 입자가 소량 발견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지진과 해일은 자연재해이니까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인간들의 경제적 부와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원자력이 도리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에너지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위험성을 감수하고 가격대비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지진과 해일 혹은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 재해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있다.
반면 이번 일본에 밀어 닥친 대재앙이 세계를 하나로 인식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일본인들에 대한 해묵은 감정을 뒤로 한 채 오히려 동정과 배려심을 보여주었으며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2) 속도를 잠깐 늦추고 되돌아보자
현대사회는 민주주의가 확산되어 지구상의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상호 의존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지구촌 가족이 한 지붕 밑에서 사는 것처럼 민주적 정치체제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교통과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슈마허와 같은 통찰력 있는 지성인들은 현대문명의 폐해를 지적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를 염려하는 지성인들의 공통적인 지적들을 다음과 같이 5가지 범주로 정리해 본다.
① 디지털 정보사회의 기술 발달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② 생명체가 사는 그릇, 생태환경이 오염되고 있다.
③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 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④ 이기주의, 소비주의, 향락주의, 자아상실감 등 사회적 병폐가 급증하고 있다.
⑤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2. 불교의 핵심가치는 ‘연기ㆍ중도관과 동체대비행’이다
1)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과 연기법
디지털 문명시대의 인류가 직면한 인간성 상실과 심성의 황폐화를 어떻게 불교적 가치로 풀어 낼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기이다. 현대문명의 비평가들은 불교의 연기론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네트워크 세계에서 연기적 관계를 실감나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동체대비와 중도적 실천행
동체대비와 중도적 실천행은 연기적 세계관에서 도출된다. 법성(法性), 인격화하여 청정법신불, 본래 생명은 인드라망처럼 공간적으로 빛나며 시간적으로 중중무진의 유기적 관계를 생성하며 생명성을 드러낸다. 씨줄과 날줄이 입체적으로 교차되며 무수한 그물코를 만들고, 그 각각의 그물코에 의해서 사면체의 입체적인 그물눈이 만들어진다. 생명체인 존재와 생명체를 담는 그릇, 즉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3. 불교의 핵심가치 구현을 위한 종단의 5대 결사
1)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과 5대 결사의 의미
인도불교에 있어서 초기의 결사는 부처님의 정법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대중을 모아 정법을 세우고 교단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새롭게 경전을 결집하는 형태를 통해서 진행되었다. 불교가 중국과 한국에 전래되어서는 결사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배경의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외적으로 국가 권력이나 타종교의 압력이 가중된다거나, 둘째, 내적으로 내부에서 기성교단이 부패하고 무능하여 대사회적 기능이 마비될 때, 셋째, 사회상황이 극도로 혼란하고 타락하여 종교적 가르침이 절실히 요구될 때 결사를 시행하였다.


2) 현대문명의 폐해와 종단의 5대 결사
종단의 5대 결사의 각각의 내용은 불교의 핵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큰 틀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5범주로 분류된 현대문명의 폐해를 5대 결사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아래와 같이 먼저 정리해본다.
- 수행결사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정보 문명의 위기를 극복한다.
- 생명결사로 생명존중을 실현하고 생태환경 오염을 극복한다.
- 평화결사로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 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를 극복한다.
- 문화결사로 육근청정운동을 전개하여 혼탁해진 사회문화의 병폐를 극복한다.
- 나눔결사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극복한다.


4. 불교의 핵심가치 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자성과 쇄신’의 결사를 천명한 이후 교구별로 지역별로 결의대회가 계속되고 있다. 불교의 핵심가치를 5대 결사운동을 통해서 실현하기 위한 줄기찬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사는 내용 상, 단기적으로 몇 번의 행사로 끝낼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치밀한 계획과 여론 수렴 그리고 결사 대중에 대한 조직 등을 체계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역사적으로 있어 왔던 정혜결사나 봉암사 수행결사와는 달리 기성 종단이 중심이 되어 결사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범종단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방대한 외연만 커질 뿐 내용이 없어 진정성과 지속성이 결여되어 부작용만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종단의 행정력을 무리하게 동원하여 결사 참여를 요구하기에 앞서 결사의 내용이나 중심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결사체로 하되 환경운동이나 생명결사 같은 것은 시민단체나 이웃 종교와의 유대를 하며 외연을 넓혀도 좋을 것이다. 수행결사나 나눔결사, 문화결사는 각 결사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불자들이 참여하는 결사의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결사라고 한다면 명확한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 결사는 제안하는 주체들의 자기선언이 되어야 한다. 그에 기반하여 명확한 행동계획과 의지를 표현하고, 대중들은 자발성에 기초하여 참여하고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나 종단 총무원의 ‘새해 정책발표’라면 반드시 다수의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사’라고 한다면 더불어 함께 결사를 할 사람들의 참여와 자발적 의지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결사를 실행할 강력한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기간도 백일 결사, 천일 결사, 만일 결사, 십만일 결사 등 다양한 기간을 설정하여 그 기간 동안 결사를 제안하고 이를 교구본사와 말사에서 실행에 동참하며 그곳의 신도들이 하나하나 결사에 동참하는 결사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결의를 한사람들이 공통의 수행을 정해서 일정기간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결사 대중들을 결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결사의 내용을 선정할 때는 결사 대중들의 의견이 다각적으로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총무원이 교구본말사와 행위주체들에게 기본틀이 될 의제를 제시하고(top-down) 그것을 토대로 교구본사와 말사는 지역의 실행주체들을 조직하도록 하여 세부적인 의견을 모으고 행동계획을 짜게 하여 그것을 취합하고(bottom-up)통합하여 궁극적인 결사의 형태로 범불교적인 행동캠페인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지역별 본말사별 5대 결사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 단원들을 선발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5대 결사의 특성에 따라 작은 공동체들을 많이 만들어서 바탕조직을 튼튼히 해놓아야 한다.
현대사회에 불교의 핵심가치를 구현할 종단의 5대 결사 성취의 3대요건은 진정성과 구체성, 그리고 지속성이다. 종도들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과 투명성이 있어야 자발적인 결사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정과 쇄신의 책임주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누구를 자정하고 무엇을 쇄신해야하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한 정책의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결사를 통한 자정과 쇄신을 천명한 이상 단 1%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100% 자기 탓으로 생각해야한다. 온전히 자신의 책임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대참회의 태도만이 결사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도들이 각각의 결사운동 내용에 대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연기관과 동체대비의 중도행’이라는 불교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결사체로서의 구체적인 목적과 행동지침이 제시되어 국면 타계를 위한 일회성의 행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결사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종단의 5대 결사의 프로그램개발을 위한 전문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는 결사의 내용에 대한 참신한 토론과 결의뿐만 아니라 어떻게 결사 조직을 만들어가고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함께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