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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하고 무너지나니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최승천
금강신문 편집국장
어느새 부처님오신날이 들어있는 5월이다. 해가 바뀐 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지난 1월 어릴 적 친구 하나는 금연을 결심했고, 다른 친구는 불교에 관심을 두겠다고 했다. 새해에 새 출발의 의지를 밝힌 친구들에게 나는 평소에 읽었던 경전 구절을 들려주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이런 회상을 했다.
“내가 출가하기 전 아버지 숫도다나왕은 나를 봄, 여름, 겨울 세 개의 궁전에 머물게 했다. 궁전 가까운 곳에는 연못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언제나 푸른 연꽃, 붉은 연꽃, 흰 연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내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시종들이 온몸에 전단향을 바르고 비단옷을 입혀주었으며, 언제나 일산을 받쳐 들고 밤에는 이슬에 젖지 않고 낮에는 볕에 그을리지 않게 도와주었다. 나는 항상 진기하고 맛있는 요리를 먹고 배고픈 줄 몰랐다. 내가 별궁에서 놀 때는 늘 아름다운 미희가 옆에서 즐겁게 해주었으며 들로 나가 놀 때는 날랜 기병들이 주위를 경호했다. 나는 이렇게 풍족하게 지냈다.
어느 날 나는 농부가 밭을 갈다가 쉬는 것을 보고 나무 밑에 앉아서 이렇게 생각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직 건강하다고 언제까지 건강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젊다고 언제까지 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살아있다고 언제까지 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병들고 고통을 받는다. 지금 나의 건강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또 누구나 늙고 쇠약해져서 고통을 받는다. 지금 나의 젊음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또 누구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 지금 나의 삶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닦지 않는다. 젊고 건강하다고 거들먹거리며 방일하고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깨달은 나는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중아함 <유연경(柔軟經)>에 나오는 말씀이다.
금연을 결심한 친구는 건강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30여 년 이어온 흡연습관을 일시에 버리는 그에게 나는 그것이 부처님의 출가(出家)에 버금가는 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교에 관심을 표명한 친구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직종에 종사해왔다. 하지만, 그 역시 나이가 들면서 삶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나는 그에게도 지금 생각이 부처님의 출가와 전혀 다르지 않다며 격려했다.


매년 음력 2월 8일은 출가절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과연 출가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부처님이 그랬던 것과 같이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결별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하던 일을 멈추고 산사로 들어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모두가 그 길을 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출가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스님으로서의 출가가 있는가 하면 나와 같은 재가자로서의 출가도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친구가 금연에 성공해 건강을 회복한다면 그는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크나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자신감은 주변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건강회복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널리 이익 되게 하는 일을 행하는 것 역시 출가의 한 부분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하게 됐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새로운 삶을 찾으려 하는 친구의 행동 또한 내가 생각하는 출가의 한 부분이다. 그는 이제 나와 함께 경전을 읽고, 큰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서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정화해 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그물망처럼 얽혀져 있어 나와 남이 함께 사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친구는 이제부터는 나의 도반이다. 부처님과 같이 열반(涅槃)의 길을 향해 가야 한다. 부처님은 깨닫고 나신 뒤 45년간 전법의 길을 걸으셨다. 그리고 마침내 탐진치(貪瞋癡) 삼독의 불길이 꺼진 상태(열반)에 드셨다. 음력 2월 15일은 열반절. 이날 나는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처님 말씀을 들려주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 부처님의 사촌 동생인 팃사 비구가 수행을 게을리하자 이렇게 말했다.
“팃사여, 어떤 사람이 훌륭한 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리석어서 길을 잘 몰랐다. 그래 길을 잘 아는 지혜로운 사람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나그네여,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올 것이다. 그때 그대는 왼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가라. 한참을 가다 보면 큰 숲과 깊은 늪과 험준한 산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 말고 계속 가다 보면 마침내 그대가 가고자 하는 성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팃사여, 여기서 내가 비유로 말한 나그네는 범부를 말하는 것이며,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란 여래를 말하는 것이다. 또 두 갈래 길이란 의혹을 말하는 것이며, 왼쪽 길이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은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또 오른쪽 길이란 여래가 가르친 여덟 가지 성스럽고 바른 길을 말하는 것이다. 바른 길이란 곧 바른 견해(正見), 바른 뜻(正思惟), 바른 말(正語), 바른 행동(正業), 바른 생활(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생각(正念), 바른 선정(正定)이다. 또 큰 숲이란 무명, 깊은 늪이란 오욕락, 험준한 산이란 분노와 근심과 걱정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도달한 성이란 열반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팃사여, 그러므로 그대는 기쁜 마음으로 정진해야 한다. 여래가 이렇게 너에게 열반에 이르는 길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고 있으니 게을러서 뒷날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잡아함 <저사경(低舍經)>에 있는 말씀이다. 우리가 열반을 성취해야 하는 이유는 참다운 행복을 얻기 위해서다. 우리의 삶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비롯한 4고 8고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것을 괴로운 것으로 알고 거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열반을 성취해야 한다. 두 친구가 가는 길에 어디 두 갈래 길만 있을 것인가.
깨달으신 부처님은 우리에게 수많은 길 중에서 다른 길이 아닌, 팔정도(八正道)의 길을 가라고 일러주셨다. 가다가 무명(無明)과 오욕락(五慾樂)과 분노와 근심과 걱정을 수없이 만나리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계속 가다 보면 마침내 열반의 성에 도달하리라고 했다.
출가절과 열반절이 들어 있는 3월이 지났다. 그리고 곧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한다. 부처님은 열반에 들면서 “모든 것은 변하고 무너지나니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으므로 바른 깨달음을 얻었느니라.”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
불자로서의 나를 점검하고 부처님의 삶을 다시 살펴보는 더없이 좋은 이때에 우리 모두 새겨들어야 할 말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