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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고 숙이는 의미

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당신은 사회에서 일을 할 때, 고개를 들고 합니까? 아니면 숙이고 합니까? 만약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일할 때 모름지기 겸허히 고개를 숙인다면 틀림없이 사람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나 사회,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국가의 존엄과 단체의 이익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해야 사명을 완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안자晏子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입니다. 몸이 왜소했던 그를 진나라 왕은 고의로 옆의 작은 쪽문을 통해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안자가 거절하며 말하였습니다.
“신은 대국의 사신이니, 정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소국의 사신이라면 바로 쪽문으로 들어가겠지요.”
자신은 한 국가의 사신이라는 중책을 맡고 온 사람이므로 고개를 들고 당당해야 하며, 국가의 존엄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갈공명은 유비劉備가 형주에서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명을 받들어 오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여러 유가와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의 말은 패기가 넘치고, 이치가 깊었으며, 예리하고 설득력이 있어 마침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인상여藺相如에 얽힌 ‘완벽귀조(完璧歸趙 : 진나라가 빌려온 화씨벽을 원상태로 되돌려주게 하다)’에서는 용감하고 기지가 넘치면서 비굴하거나 건방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진과 장의가 주장했던 합종연횡合縱連橫은 아직도 국제사회에서 연합, 분열, 이간, 포섭의 형식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청나라 때 일어난 아편 전쟁을 돌이켜 보면, 임칙서林則徐는 외국 인사들과의 담판 때마다, 당당한 태도로 바른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신으로 바뀌자마자 지나치게 비굴하게 굴었고, 심지어 ‘파리평화회의 21조항’을 체결하는 등 주권을 상실하여 국가의 위상은 더욱 실추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역사상 중요한 인물이 되고자 하면, 나아가고 물러섬에 원칙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적당하지 않은 때에 고개를 들면 교만해 보이고, 적절하지 않은 때에 고개를 숙이면 지나치게 스스로를 낮추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개를 들어야 할 때 고개를 들고, 고개를 숙여야 할 때 숙이는 것입니다.
불광산 정토동굴에는 높이가 4척인 대문이 있습니다.
5척 이상인 체구는 들어갈 때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이것은 곧 세상 사람들에게 성현과 진리 앞에, 반드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춰야 한다는 덕목을 양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서양 철학자에게 누군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주가 얼마나 높습니까?
그러자 철학자는 “4척 높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키가 5척인 사람은 반드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만 그 속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성공하려면 고개를 숙여도 상관이 없으며, 처세를 위해서는 반드시 인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수많은 사업협상과 분쟁을 처리해야 하는 협상사회에서 당사자가 융통성 있게 처신하면 오히려 쉽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나무와 화초 모두 위를 향해 자라나지만, 잘 익은 해바라기는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무르익은 벼 이삭 역시 고개를 숙입니다.
인생을 아는 사람은 머리를 숙일 때와 들 때를 잘 압니다.
군대가 운동장에서 훈련을 할 때, 지휘관은 군사들에게 가슴을 똑바로 펴고, 고개를 들고 자신 있게 걸으며 앞을 보라 합니다. 그러나 전쟁터에 나가면 반드시 허리를 낮추고 기어서 전진해야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고개를 들어야 할 때 들고, 고개를 숙여야 할 때 숙여야만 합니다. 고개를 들 때에도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법을 알아야 하며, 고개를 숙일 때 역시 존엄성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자아의 중도 인생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