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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로부터의 자유

탄탄스님
대덕사 주지 · 동국대 강사


그리스의 어느 왕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신하에게 명하여 훌륭한 철학서들을 구해오라고 하였다. 10여 년 동안 신하들은 왕을 위하여 수백 권의 책을 수집해 수레에 싣고 왔다. 왕은 너무도 방대하고 집무에 바쁘기에 많은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왕은 다시 명하기를 그 중에 가장 명작인 책 서너 권을 추려오라고 하였다. 다시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신하들이 추리고 추린 서너 권의 책을 왕에게 바쳤지만, 이미 병석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왕에게 시간은 급박했다. 결국 왕은 그 책의 내용을 다시 서너 줄로 요약하라고 하였다. 신하들은 왕의 뜻대로 한 장의 종이에 그 내용을 추려 왔다.
그 글은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 여러 가지 고통을 받다가 죽는다” 는 것이다. 인생을 이야기한 수 만권의 책이 있지만 핵심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이다. 이 네 단어가 인생을 요약한 것이다.
고통의 역사가 인간사의 주제곡이지 싶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부와 명예와 권세를 추구하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배고픈자는 빵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고 싶은 욕구를 느낄 것 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생(生)이 짧다고 불평하면서도 항상 생(生)이 영원한 것처럼 행동한다.” 라고. 1세기 전 세네카시대 이후에도 인간은 변한 것이 없는 듯하다. 어쩌면 재물을 모으는 일이 더욱 그렇지 싶고 인간사의 모순이 분배의 불균형에서 시작 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헨리 데이비트 소로는 “부자로 죽는 것보다 부자로 사는 것이 더 좋다.” 라고 했다. 수많은 현인들은 돈을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경고했다.
지두 크리슈나무티(인도의 영적 지도자)는 “부자로 죽는 것은 헛되이 산 것이다”라고  했다, 에롤플린(호주 출신의 영화배우)은 “1만 달러를 남기고 죽은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다”라고 말했고, 토머스플러(17세기 영국의 종교학자)는 “재산 쓰기를 두려워하는 자는 재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평균 수명의 10배 이상의 큰돈을 지니고 있다. 여생이 십년 밖에 남지 않은 이가 무덤에 가지고 갈 것도 아니면서 재산이 줄어드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돈의 궁극적인 목적은 쓰기 위한 것이지만, 어떤 이들은 돈의 또 다른 목적이 투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후를 맞이한 이라면, 여생을 보내기에 충분한 돈이 있다면, 삶을 쥐어짜면서 재산을 불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재물은 죽을 때 가져 갈수 없다면 가지고 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부(富)’란 돈이 많은 것이고 ‘풍요(豊饒)’란 돈을 즐기는 것이다. 안타까움이지만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열악한 삶을 사는 것을 가끔 본다. 미국 오리건 출신 79세 노인 고든엘우드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마셨고, 난방이 없는 집에서 살며 고무줄을 자신의 헌 바지 허리띠로 사용하며 휴일에는 구세군이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이용하던 노인이었다. 이런 엘우드는 알고 보니 금욕생활과 투자를 통해 900만 달러를 모은 큰 재산가였다. 그런데 이렇게 모은 큰돈을 열심히 다니던 구세군을 포함해 여러 사회단체에 남기고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삯바느질하며 시장통에서 어렵게 모은 거액을 대학에 기부하고 장학금으로 내놓은 미담이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종종 있다.
16세기 프랑스 작가 몽테뉴는 “일단 돈을 모으기로 결심하면, 그 돈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제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죽기 전까지는 중요한 일이지만 죽고 나면 무의미하다.
물론 후손에게 돈을 물려줘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교육시키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지, 큰돈을 물려주는 것이 자식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해 준다고 자식이 장례식장에서 더욱 슬프게 울어 주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발티모어시에 죤스 합킨스 대학교가 있다. 사업에 성공하였지만 독신으로 죽은 죤스 합킨스가 발티모어 시민을 위해 전 재산을 바친다는 유언에 따라 세운 의과대학이다. 미국 의학의 최고 전당인 이 대학교도 기부금에 의하여 세워진 것이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꽃피우려면 사회 환원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널리 퍼져야 한다. 부자들이 내야하는 세금이 줄어든다면 서민이 감당해야할 고통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인생은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데에는 어느 누구나 공평하다. 그러기에 재물로부터 자유롭다면 더욱 홀가분할 수 있다.
전 재산을 교육에, 내 몸조차 의료발전에 기증하는 이는 진정으로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인생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