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슈라바스티의 한 왕은 탐욕에 가득 찬 눈은 물건에 현혹되고, 귀는 소리에 혼란스러워 했으며, 코는 향기에 집착하고, 혀는 다섯 가지 맛에 탐착했으며, 몸은 촉감을 실컷 향락했다.
끼니때마다 진수성찬을 대하고도 만족할 줄 몰랐고, 그 가짓수와 양은 갈수록 늘었지만 왕은 항상 허기를 느껴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러자 자꾸 살이 찌고 몸이 불어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몹시 괴로워했다. 한번 누우면 일어날 줄을 몰랐다. 왕의 몸이 자꾸 불어남에 따라 그의 수레도 점점 큰 것으로 바뀌어 갔다.
왕은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체중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세존이시여,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무슨 죄업 때문에 몸이 자꾸만 불어나 행동하기가 몹시 불편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섯 가지 일로 살이 찝니다. 첫째는 자주 먹기 때문이고, 둘째는 잠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잘난 체 거들먹거리기 때문이고, 넷째는 걱정 근심이 없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일하지 않고 놀기 때문이오. 이 다섯 가지가 사람을 살찌게 하니, 만일 살을 빼고싶거든 먼저 먹는 음식을 줄이고, 잠을 덜 자고,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백성들의 일에 대해서 걱정 근심을 하고, 놀지 말고 일을 하시오. 그렇게 하면 전과 같은 몸매를 지니게 될 것이오.”
부처님은 다시 게송을 읊으셨다.
사람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을 보고 적게 먹을 줄 알면
그로 말미암아 살찌는 일 없고
소화 잘되니 목숨 보전하리라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요리사를 불러 말했다.
“이 게송을 잘 외워 두었다가, 내게 음식을 내올 때는 먼저 이 게송을 들려다오.”
그 후부터 요리사는 음식을 내올 때마다 목청을 돋우어 이 게송을 읊었다. 왕은 이 게송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루 한 숟가락씩 줄여 차츰 적게 먹었다. 그래서 살이 빠져 예전처럼 되었다.
왕은 기뻐하면서 몸소 걸어 부처님께 나아가 절을 올렸다.
부처님은 왕에게 물으셨다.
“수레와 말과 시종은 어디 두고 혼자서 걸어왔습니까?”
이상은 법정스님의 책 “인연이야기” 본문을 인용한 것이다.
인류는 원시인간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기원한 7백만 년 전부터 진화를 거듭해 왔다.
초기 인류는 나무 위에 살았다고 한다. 나무에 풍성하게 열린 열매를 따먹고 살아가던 중 지구의 기온이 변화하면서 과일과 열매가 줄어들고, 이에 식량이 필요한 인류는 땅으로 내려와서 필요한 음식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이미 땅 위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공격자들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지 한 곳에 오래 정착할 수 없었고 매일 매 시간을 이동해야 다른 포식자들의 먹잇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자들에 따르면 지금도 사자 표범 등 동물개체수가 많은 아프리카의 세랭게티 초원에서는 사람이 한 곳에서 1시간 이상 머무를 때 주변 포식자들의 공격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주거 형태의 집을 지어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기 전까지 인류는 매일 13㎞ 이상을 걷거나 뛰어야 생존 가능했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신체는 매일 움직여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진화하게 되었다.
그런데 불과 100년 전부터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이 한꺼번에 급변하기 시작했다. 음식이 풍부해지면서 많이 먹게 되고, 일하는 환경이 사무실 등 일정공간에 제한됨으로써 하루 13㎞ 이상을 움직여야하는 진화적 리듬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는 현대에 와서는 비만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고 질병 발생률 또한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비만한 사람을 아름다운 체형으로 만들기 위해 지방분해수술·지방분해주사·식욕억제제·지방분해침·비만한약 등 다이어트방법이 엄청나게 많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설사 체중이 감량됐다가 다시 찌는 요요현상으로 도로 제자리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무수하게 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살 빼는 방법은 단순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제할 줄 알고 음식을 적게 먹을 줄 알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