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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로 산다는 것

김명환 불광출판사 홍보팀장


계율이 방치된 시대, 불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불자란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불법佛法과 인연을 맺어 불교에 귀의한 출가자와 재가자를 통틀어 불자라 일컫는다. 불자의 유형은 각자의 상황과 신행 태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교 공부에 심취해 교리에 해박하고 수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거나 복과 명을 빌기 위해 습관적으로 절에 다니는 사람도 있다. 또한 부처님오신날이나 동지 같은 불교명절에만 절에 나오는 사람도 있고, 불교의 분위기를 좋아해 심정적으로 자신을 불자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흔히 불교가 추구하는 목표는 모든 생명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대 불자들의 삶이 위태롭다. 이생에 태어나 불교와 소중한 인연을 맺었지만, 물질과 욕망으로 물든 현대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자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부처님이 제정한 생활 규범인 계율에 있다. 그런데 이 계율이 유독 한국불교에선 인기가 없다. 참선과 경학에만 치중하면서 계율은 소홀히 여겨졌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율장 정신이 퇴색되고 계율을 지키려는 노력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크고 작은 범계 행위를 낳게 되고, 신심은 물론 불자로서의 자긍심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부처님께서는 계율에 대해 수정주의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실 때는 제자들이 수행자에게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되는 일을 범하였을 때마다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정해주셨다. 그러므로 계율의 성립부터 어떤 이유가 발생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로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그 계율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면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스스럼없이 고치셨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난하게 살면 고통이 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죄악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 갈파하셨다. 심지어 부처님께서는 재산을 어떻게 유지하고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설명하셨다. 경에 의하면 수입을 네 등분으로 분배해야 하는데, 첫째 등분은 사업의 재투자를 위해 쓰고, 둘째 등분은 집안을 위해 쓰며, 셋째 등분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나머지 넷째는 승가와 이웃을 위해 보시해야 한다고 하셨다.
-본문 중에서


계율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이유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지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잘못된 행위를 단절하는 것이 업을 바꾸는 길이며, 업을 바꿈으로 해서 새로운 삶을 갖게 된다고 가르친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좋은 업을 지어 행복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계율을 알고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만들어진 계율을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지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가령 사회생활을 하며 철저히 자신의 의지대로 육식을 하지 않고 술 한 잔 기울이지 않는 것이 계율을 온전히 지키는 일이며 불자답게 사는 길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지난 10여 년간 승보종찰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 원장을 지낸 도일 스님이 이 책 『불자로 산다는 것』을 통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현대 불교생활백서
『불자로 산다는 것』은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현대사회의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하며 실천할 것인지를 밝히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일상생활의 의식주를 비롯해 불자답게 살아가는 불교생활백서가 펼쳐진다.
1장 ‘승가에 살어리랏다’에서는 승가의 구성과 화합에 초점을 맞춰 스님답게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승가의 자기정화 방식, 질서를 유지하는 법, 사제 간의 책임과 의무, 승가의 분쟁해결법 등이 율장에 근거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제시되어, 현재의 복잡다단한 승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2장 ‘불자로 살어리랏다’에서는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며 인격의 완성을 이끌고 있다. 불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주고, 일상생활에서의 수행법을 비롯해 불자의 경제관, 마음가짐 등에 대해 세세한 안내가 뒤따른다.
3장 ‘불자의 의식주 생활양식’에서는 먹고 입고 주거하는 일상의 기본적인 생활에 있어서 올바른 지침을 잡아준다. 즉 불자라면 늘 마음에 걸리는 육식과 음주 문제를 비롯해, 의복과 주거, 불교의 장례와 제사 문화까지 명쾌하게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4장 ‘현대사회에서의 불교적 삶’에서는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불교는 정치와 사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며,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제안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술을 권하는 사회이다. 사업이나 사교 등 만남의 자리에는 반드시 술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특히 남자신도에게는 이 계가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술이기 때문에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술의 폐해 때문에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적당할 때 술을 절제할 수 있고, 습관이 되지 않으며, 건강에 도움될 만큼만 마시면 음식의 한 종류로서 허락되기도 한다. 냄새나 행동에서 조금이라도 타인이 불쾌감을 가지기 전에 술을 그쳐야 한다.
-본문 중에서


계율이 곧 스승, 더 큰 자유와 진리를 향한 바른 삶의 실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부처님은 세간해世間解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현실적인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중요하게 여겼으며, 계율이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범망경』에 의하면 계를 지킨 사람에게는 5가지 이익이 생긴다고 하였다. 첫째는 모든 부처님이 그 사람을 보호해 주시고, 둘째는 목숨을 마칠 때 바른 마음이 일어나 기쁘게 임종하며, 셋째는 태어나는 곳마다 좋은 사람들이 벗이 되어 주고, 넷째는 공덕이 모여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며, 다섯째는 후세에 계행을 쉽게 지니고 복과 지혜가 충만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받아 지니면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이 좋은 계를 불자들은 마땅히 힘써 지켜야 한다.
-본문 중에서
부처님은 이미 제정된 계율이더라도 풍습이나 환경에 따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스스럼없이 계율을 수정했다. 그러므로 부처님 당시의 계율을 어떻게 현대의 보편적 가치에 맞게 적용하여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계율은 삶을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자유와 진리를 향한 바른 삶의 실천이다.
부처님은 “내가 열반에 든 뒤 계율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했다. 선지식이 없는 곳에서는 계율이 곧 스승이 된다. 세상살이가 때때로 힘들고 지칠 때, 이 책 『불자로 산다는 것』을 가까이 두고 읽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