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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1/6) 보광명전의 설법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1.
부처님께서 마가다국 보리수 밑에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시자마다 곧바로 『화엄경』 설법을 시작하셨다. 그 자리에서 총 6품이 설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 보리수 밑을 떠나지 않으시고 보광명전 법좌에 앉으셨다.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설법의 장소를 옮기는 발상, 이런 발상이 바로 화엄의 묘미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하게 한다. 이런 부처님의 능력이 불교 의례 속에서는 이렇게 찬송된다.
法身遍滿百億界 법신변만백억계
普放金色照天人 보방금색조천인
應物現形潭底月 응물현형담저월
體圓正坐寶蓮臺 체원정좌보련대
법신은 천 백 억 세계에 계시면서
밝은 색을 내어 하늘과 인간계를 비추시고
중생들에 감응하시는 것이 맑은 연못에 달그림자 같건만
법신의 본체는 원만하여 연화대에 그대로이시네.


2.
보광명전 법좌에 부처님께서 앉으시자, 시방세계에서 모여든 보살을 비롯하여 무수한 대중들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세존께서 우리들을 불쌍하게 여기사 좋아함에 따라서 ⑴부처님 세계와, ⑵부처님 머무심과, ⑶부처님 세계의 장엄과, ⑷부처님 법의 성품과, ⑸부처님 세계의 청정함과, ⑹부처님의 말씀하신 법과, ⑺부처님 세계의 자체 성품과, ⑻부처님의 위덕과, ⑼부처님 세계의 성취함과, ⑽부처님의 큰 보리를 열어 보이시며, ……, 원컨대 부처님 세존께서도 우리들을 위하여 말씀하옵소서.”
<『여래명호품』, 운허 번역, 동국역경원, 1966, 220쪽>


대중들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궁금함이 위와 같이 「7.여래명호품」 초반이 등장하는데, 총 50종에 달한다. 대중들의 이런 생각을 아신 부처님은 대표적 보살들을 설주로 등장시켜 그 궁금증을 풀어주신다. 이렇게 해서 펼쳐지는 법문이 「38.이세간품」 이전 까지 총 31개 품品이다. 때문에, 향후에 펼쳐지는 『화엄경』 법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곳 「여래명호품」에서 제기된 질문을 잘 메모해두고, 그 답변이 어느 대목에서 어떤 방식으로 설해지는 지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일반 신도들이 분석적으로 독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한 법사가 이런 『화엄경』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요점적으로 신도들에게 법문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행여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있어 그분들의 『화엄경』 독서에 도움 되었으면 해서 글을 쓰고는 있지만, 답답하다.


3.
질문과 답변은 겹겹으로 얽히고설키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수행이라는 원인’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체험의 결과’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특징에 주목한 화엄교학자들은 총 31개의 품을 ‘수인계과생해분修因契果生解分’이라고 전체의 구조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총 50개의 질문은 내용별로 10개 씩 묶여지는데, 처음의 10개 질문은 위의 인용에서 보다시피 부처님과 관련된 내용이다. 부처님도 결국은 보살행이라는 수행을 통해서 완성된 존재인데, 부처님은 어떤 능력을 갖추신 분이시고, 부처님 사시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고, 부처님이 깨친 내용이 무엇이냐는 등등의 질문이다.
10종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루어지는 대목이라는 뜻으로, 화엄교학 전문가들은 ‘답소의과문答所依果問’으로 과목명을 붙인다. 한글로 풀어보자. ‘소의과문所依果問’에 대답한다는 뜻인데, ‘소의과문所依果問’이란 ‘의지해야 할 결과’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러면 ‘의지해야 할 결과’란 무슨 뜻인가? ‘삼귀의’에 나오는 그런 ‘귀의’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과 그분이 누리는 세상이다. 그 설명이 「7.여래명호품」, 「8.사성제품」, 「9.광명각품」에서 이루어진다.


4.
위 인용문에 나오는 10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두 대목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대목에서는 ‘여래의 신통한 현상 보이는 방식’으로 답하시는데, 「7.여래명호품」 초반부에서 이루어진다. 그 대목을 약간만 인용해 보자.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의 생각을 아시고 각각 그 종류를 따라서 신통을 나타내시었다. 신통을 나타내시니 동방으로 열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서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금색이요, 부처님의 명호는 부동지不動智이며, 그 세계에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문수사리이었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각각 그 종류를 따라서 신통을 나타내시어”도 잘 읽어야 한다. 듣는 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신통을 나타내셨다는 뜻이니, 저 위의 질문에서 “좋아함에 따라서” 대답해주실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저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니, 그런 저희들의 속내를 잘 살펴 저희들의 궁금함을 풀어주시라는 것이다. 『법화경』에서 불타는 집안에서 노는데 정신 팔린 자식 구하려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아이들이 좋아함에 따라 이런 저런 수레 주겠다고 약속하는 아버지의 지혜가 『화엄경』에서도 드러난다. 이렇게 동방에서 시작하여 사방팔방 위아래 모든 공간으로 신통을 보여, 위에서 인용한 여러 보살들의 궁금증을 본인들이 직접 풀도록 해주신다. 
둘째 대목에서는 ‘문수보살의 언설을 통하는 방식’으로 대답해주신다. 그러니 문수보살의 입을 통한 대답은 「7.여래명호품」 초반에서 시작하여 「8.사성제품」과 「9.광명각품」에 걸쳐 진행된다. 문수께서 어떻게 대답하시는지 「여래명호품」 초반 일부를 인용해 보기로 한다.


“그 때 문수사리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모든 보살대중들을 두루 관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보살들이 매우 희유하도다. 여러 불자들이여, 부처님의 국토는 헤아릴 수 없으며, ……, 부처님의 아누다라삼약삼보리도 헤아릴 수 없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불자들이여, 시방세계 부처님들이 여러 중생들의 좋아함과 욕망이 같지 아니함을 아시고 알맞게 법을 말씀하여 조복하며, 이리하여 법계와 허공계까지도 같느니라. ……. 여러 불자들이여, 이 4천하의 동방에 다음 세계 있으니 이름이 선호이다. …….”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힘을 받아 보살이 설법을 하는 방식으로 『화엄경』은 구성되어 있다. 보광명전의 설법에 등장하는 보살은 문수사리이다. 이 문수의 입을 통해서 ‘모든 4천하’의 다양한 중생들의 종류와 그 속에 사는 중생들의 무수한 생각만큼 많은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 각각 마다 부처님의 명호도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다른 이유가 중생들의 좋아함과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5.
보광명전에서 시작된 제2회의 모임에서 회중들이 궁금해 했던 내용 10가지는 위에서 인용했다. 그 가운데 ‘⑹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에 대해 문수보살께서 어떻게 대답하시는 지를 보자. 이하는 「8.사성제품」의 일부이다. 불교의 핵심 내지는 근본이 ‘4성제’임을 『화엄경』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 대승경전도 초기불교의 교리 위에서 성립된 것이다.


“여러 불자들이여, 고苦라는 성제聖諦를 이 사바세계에서 혹은 ‘죄’라 하고, 혹은 ‘핍박’이라 하고, ‘변해 달라짐’이라 하고, ‘반연’이라 하고, ‘모임(聚)’이라 하고, ‘가시’라 하고, ‘뿌리를 의지함’이라 하고, ‘허망하게 속임’이라 하고, ‘창질 자리’라 하고, 혹은 ‘바보의 행동’이라 하느니라.”


이렇게 시작한 문수보살의 설법은 「8.사성제품」 내내 이어진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가서는 무수한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서 ‘4성제’를 무수한 방식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설하고 있다고 마친다. 그러면서 그렇게 한 이유는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따르기 때문임도 거듭 밝히신다.
다음에 이어지는 「9.광명각품」에서는 부처님께서 ‘두 발바닥’으로 백억 광명을 놓아 이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시니, 백억 불바제와 나아가 백억 색구경천과 그 속에 있는 것들이 모두 분명하게 나타났다. 당연 그 속에는 무수한 부처님과 무수한 대중들이 나타난다. 이런 대중들을 향해 문수보살은 「여래명호품」 초반에서 제기된 10종의 궁금함을 게송 형식으로 풀어주신다. 이렇게 하여 ‘답소의과문答所依果問’의 설법이 끝난다.
다음에는 ‘소수인문所修因問’과 ‘소성과문所成果問’에 대한 질문과 관련된 40종의 궁금함을 풀어주시는데, 설법 방식은 법혜보살, 공덕림보살, 금강당보살, 금강장보살을 차례로 등장시켜 그 보살의 입을 통해서 풀어주신다. 유독 저 뒤의 「30.아승기품」에서만은 부처님께서 직접 등장하여 설법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