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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처음처럼

“언제나 처음처럼…”
-후학양성 35년 지안스님-


‘처음’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고, 또 여러 의미로 쓰인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쓸 수 도 있고, 일이 끝날 때 쓰기도 한다. 시작할 때는 ‘각오’와 ‘다짐’의 의미가 강하고 끝날 때는 보통 “시작을 어떻게 했고, 어떤 목표를 세웠었나?”를 되돌아보는 회고와 평가의 관점에서 이 말을 자주 한다.
우리 불가(佛家)에서도 ‘처음’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말만 보아도 그렇다.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인 이 말은 “처음에 마음을 잘 일으키면 곧 정각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만큼 ‘처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처음’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 놓은 글이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이다. <초발심자경문>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자경문(自警文)〉을 합쳐놓은 것으로 예로부터 불교 입문의 필독서로 여겨졌으며, 특히 승가 교육에 있어서 사미과(沙彌科)의 기본 교재로 사용되어 수행에 임하는 기본자세와 정신을 가르쳐 왔다. 최근에는 스님들은 물론이고 일반 재가자들도 많이 읽고 공부하는 경전이다. 책을 접한 사람들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국민 교양서로서도 <초발심자경문>은 손색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여기서 각각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계초심학인문〉은 고려 때 보조지눌스님이 지은 것으로 제목 그대로 불교에 처음 입문한 초심자를 훈계하는 내용에서부터 사찰 내에서의 대중 생활의 규범과 선방에서 참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경각시키는 내용이 설해져 있다. 지눌스님이 조계산에서 수선사(修禪社)를 설립한 후 초심자들에게 올바른 수행 정신을 가르쳐 새로운 승가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하여 저술한 것이라고 한다.

〈발심수행장〉은 신라 때 원효스님이 지은 것으로 발심수행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역시 초심자들에게 열심히 수행 정진할 것을 권하며 부처님과 중생의 차이가 ‘수행’과 ‘비수행’에 있음을 설명한다. 수행하는 자는 한시도 방일하고 쉴 틈 없이 매일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706자의 비교적 짧은 글이다.
〈자경문〉은 고려 때 야운스님이 지은 것으로 선수행 공부를 잘 하도록 채찍질하는 글이다. 주인공이란 말을 써서 스스로를 타이르고 반성하게 하는 내용이다. 세 편 가운데 가장 긴 글로 글자 수가 1,987자이다. 〈자경문〉은 특히 조사선을 참구하라고 권하면서 엄격한 율행을 지키며 빈틈없는 공부를 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종단의 기본서 중의 기본서인 <초발심자경문>을 조계종립 승가대학원장인 지안(志安)스님이 해설을 달아 <처음처럼(初心)>이라는 책으로 내놓았다. 지안스님은 출가이후 평생을 강사로서 후학을 제접해 온 한국불교 대표적 학승(學僧) 중의 한분이다.

지안스님은 왜 이번에 <초발심자경문>을 택했을까?
“무엇이든 초심(初心)이 중요합니다. 초심은 순수한 신심(信心)입니다. 초심이 지켜져야 수행도 올곧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초심을 일으키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경계하는 <초발심자경문>을 쓰게 됐습니다.”
역시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다. 이 말씀 한 구절에 책의 내용 전체가 다 녹아있다. 지안스님은 이에 덧붙여 “<초발심자경문>은 출가 수행자를 경책하는 필독서지만, 일반교양서로도 필독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다운 정신을 일깨워 주는 훌륭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든 수행이 있는 법이고 인간적 성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 보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권한다.
지안스님은 앞서 밝혔듯이 평생을 강학(講學)에만 집중해왔다. 책 보는 것을 좋아해 특별히 선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수많은 제자들을 지켜봐 왔다. 지금 조계종의 교구본사 승가대학(강원) 강사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지안스님의 제자들이다. 수 십 년간 많은 스님들을 보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출가 수행자들은 컴퓨터 등 기계에 밝고 똑똑하지만 신심과 근기는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올곧고 투철한 정신이 아쉽다”고 스님은 말한다. “세상이 온통 밥벌이, 돈벌이 등 ‘벌이’의 시대가 되고 지구전체가 탐욕의 장으로 변해버리면서 종교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스님은 “이럴 때일수록 초발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지안스님은 <초발심자경문>에 나오는 구절 가운데 특히 “주인공아, 내 말을 들어라”로 시작되는 <자경문>의 첫 구절은 “충격적일 정도로 가슴을 찌른다”고 말했다. “화가 나거나 못마땅할 때, ‘내가 왜 이럴까’하는 마음이 들 때, ‘주인공아’로 시작되는 구절을 생각합니다. 자신을 ‘주인공아!’라고 불러놓고, 부처가 될 수 있는 길을 등지고 왜 중생의 끝없는 생사 고통을 받고 있느냐고 타이르는 내용이지요.”
“70년대에는 가난한 절 방에서 불경을 읽는 것이 일상이었다”는 스님은 “한문 세 줄을 통째로 외우고 나면 다음 세 줄을 외우는 서당식 공부를 온종일 하는 것이 곧 수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은사 스님이 ‘중노릇 잘하는 비결은 딱 한 가지, 금생에 네가 안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즉, 이번 생에 이 몸을 받아 태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버리고 번뇌에 들지 말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스님은 수행이 어렵고 힘들면 스승의 이 말씀을 되새기고 ‘약’으로 삼는다고 한다. 평생을 절에서 보내며 일가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스님이지만 스승인 벽안스님의 말씀은 아직도 유효한 수행지침이다.
지안스님은 그래서 불교계에 대한 간곡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불교는 시대마다 다르게 변해왔습니다. 지금 현재 불교가 사람들에게 발심을 잘 시킬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전도 20년이 넘으면 새롭게 개정해야 하는 것처럼, 불교가 본래의 순수한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통도사 반야암과 은해사 승가대학원을 분주히 오가다보면 일주일이 흐르고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는 지안스님. 제자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다시 발길을 산중으로 돌리는 스님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발문>
지안스님은 평생을 강학(講學)에만 집중해왔다. 책 보는 것을 좋아해 특별히 선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수많은 제자들을 지켜봐 왔다. 지금 조계종의 교구본사 승가대학(강원) 강사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지안스님의 제자들이다. 수 십 년간 많은 스님들을 보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