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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 모사
요즘 필자의 화두 중 하나는 서화모사에 관 한 것이다. 서화 모사가 발전을 하지 못
한 우리나라로서는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외국은 보편적으로 모사가 한 예술의 장
르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렇지 못한 편이다.
얼마 전에는 모사 그림이 나와서 그림의 위작 시비가 붙고 문화재에서도 종종 위작 시비가 붙
곤 한다. 이는 모사에 대해 터부시하는 경향과 모 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
국의 경우는 보존가치가 있는 그림일 경우에는 항상 모사를 해놓는다. 원 작품은 전시와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몇 달에 한번 몇 년에 한번씩 밖에 외부에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모사작품으로
대체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사 작품도 아주 우수한 수작이었을 때 에는 모사작품 역시 그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기
도 하며, 심지어는 문화재로 지정이 되는 경우도있다. 우리나라도 안향의 영정 등 몇 점이 있기는
하나 요즘에는 그러한 수작의 모사작품이 나오지를 않고 있다.
서화모사를 잘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모사 역사는 2천년이 넘을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
다. 오랜 시간이 지나오면서 문제점들을 보완하 였고 지금은 여러 분야의 우수한 모사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아주 간단한 모사부터 박물관에서 전시가 되는 수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그
림들이 있다.

이제 우리도 노후화 된 서화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그중에서도 문화재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미술에 대한 보존과 모사가 필요 한 때가 온 것 같다. 탱화는 오래도
록 법당에 걸려있는 관계로 노후화가 특히 많이 진행되어 있다. 향과 촛불에 그슬려 변색이 심하
고 천과 배접지의 노후도 심각하다. 중간 중간 보존과 수복처리를 하면 좋겠지만, 그러한 작업들
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는 모사와 수복처리가 병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노후화 했거나 도난당한 성보 문화재들은
반드시 모사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후
되었거나 도난당했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 할 것
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해결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요즘 주로 하는 작업 역시 불화모사다.
고려불화와 조선불화를 모사하는 데는 만만치 않
은 작업이 필요하다. 조선불화는 작품들과 자료
들이 많이 있지만, 고려불화는 그렇지 못한 실정
이다. 주로 외국에 나가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모
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끔씩 고
려불화전이 열려서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하지
만, 자료로서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필자도 많은 고려불화를 보아왔지만 직접 재현
을 해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자료의 준비와 재료
준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
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려불화를 재현하고 있
지만, 고려불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에 대서
는 아직까지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모사를 해내는 불모나 작가 자신들이 막연
히 보이는 눈에만 의존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
이는 눈이란 어느 한 그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
지 못하고 보이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그려나가
기 때문 일 것이다. 모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시대에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의 감정과 그때
의 공기와 숨소리까지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 했다. 이는 보이는 껍질만을 무작정 그리지 말
라는 메시지 일 것이다. 왕위지가“섣부른 모사
는 소인배가 진작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다”고 했
던 말과 똑같을 것이다.
또 하나는 재료선별의 중요성일 것이다. 그 시
대에 사용했던 재료들과 지금의 재료는 질적으로
나 색상 면에서 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러한
재료에 최대한 가까운 재료를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이다. 요즘의 불화모사 작품들을 보면 영
아니다싶은 작품들이 많다. 논문을 내고 거기에
모사작품을 재현한다고 해서 그것으
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중들
이 봤을 때에는 그러한 작품들이 모
사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고려불화의
전부라고 생각을 한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고려
불화나 모사의 전부라고 생각을 해
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불화를 그
리거나 모사하는 불모들이 다시하면
생각을 해보아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또 중요한 것은 현상모사를 할 것
이냐 복원모사를 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서로가 장단점은 있지만
이는 신중히 생각을 해야 할 과정이
다. 그래서 필자는 현상모사와 복원
모사를 병행하여 모사를 하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면서 지금
은 제법 진전이 있어서 몇 점의 결실
을 거두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더 열심
히 연구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채찍
질을 해보기도 한다. 중국 국가박물
관에서 서화수복과 모사작업들을 해
오면서 많은 경험과 좋은 공부를 하
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행운이었지만, 이러한
지식들과 경험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의 수복과 모사의 기술력이 한 단계씩
발전해나가려면 그러한 과정을 배워나가는 후학
들에게 정확한 지식의 전달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한 우수한 지도자를 양성하고 보수와 모사가 시
급한 성보문화재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큰 사찰의 성보박물관을 보면 연구 인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연구원들이 있다고 한들 훼손이
심하게 된 성보문화재들의 보수까지는 못하고 있
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세분화해서
질적인 연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교문화재를 보수하는데 있어서 무엇
보다도 중요한 것은 보수를 하는 사람의 마음가
짐과 자세일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실정을 보면, 성보문화재의 관리와
보존이 전문지식과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맡겨지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지고 실
적이 있으면 무조건적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
고, 어떤 연구를 했느냐는 뒷전이다. 불교를 알지
못하고 불교미술, 아니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탱화의 수리와 모사가 가능하겠는가? 예
를 들어 아교와 천은 보수와 모사에 있어서 중요
한 부분을 차지한다. 좀 더 나아가서 온도와 습도,
아교의 농도, 천의 올 수와 두께 등도 보수와 모사
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인 것이다.
좀 더 세심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서 보다 많은
양질의 성보문화재들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
록 노력하는 것이 문화재 수복과 모사를 하는 우
리 불모들의 의무이자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