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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의 소중함

현재호
연세대학교 의료공학 박사과정
일산 여래사 신도


인연因緣이란?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면서도 의외로 깊은 의미를 잊고 사용하는 단어가 종종 있습니다. ‘인연因緣’이라는 단어가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연’의 ‘인因’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요, ‘연緣’은 간접적인 원인으로서 직접적인 원인 이후에 마련되는 것들을 말합니다.
예컨대 장미꽃이 있다면, 씨앗은 인이요, 꽃이 자라면서 접하게 되는 모든 것(햇빛, 흙, 바람, 양분 등)은 연입니다.
자동차의 달리는 기능이 인이라면, 그 자동차를 운전하는 나는 연입니다. 태어난 것은 인이요, 그 이후에 살아가는 내 마음은 연입니다. 원인이 있고 나서, 그것을 움직이게 하거나, 그 이후에 주어지는 조건이 연입니다.
사실 인연의 정확한 이해는, 인과 연에 대한 각각의 해석을 알게 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인연이라는 의미를 깊게 새기고, 그에 걸맞은 삶을 설계 한다면 원망도 사라지고, 사랑도 다시 생각 해 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 동안 우리는 인연이라는 말에 대해서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좋은 쪽으로만…. 그리고 내게 이로운 부분만 생각하며 '인연'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도 모릅니다.
인因이란?
인은 하나의 태동, 시작을 의미합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시작 되었겠지요. 그래서 인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하여 태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생즉필멸生卽必滅이라 했으니, 인으로 시작된 것은 언젠가 끝날 것입니다. 다만, 그 끝나는 방법과 시점은 연이 결정합니다. 그렇게 시작과 방법을 의미하는 인연이 우리가 말하는 인연입니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는 것을 인연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떠한 일을 도모 하는(연) 모든 것을 포함 한 말입니다. 만남은 인이요, 그 만남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 연이라는 것이죠.
‘죽은 이유(사인死因)를 밝혀라.’ 할 때 인을 사용합니다. 죽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뜻하니까요. 또한, ‘시작’을 의미합니다.(생명의 잉태, 씨앗의 움 그리고 사건의 발단) 문제는 시작을 이루는, 그 시작을 있게 한 어떤 기반을 알아야 합니다.
인은, 우리에게 언제나 ‘?’를 던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를 풀어야만 합니다. 반드시 풀어야만 합니다. 그 ‘?’가 제대로 분석되어야 그 다음 단계인 연의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를 분석하지 않고 일을 실행(연)하면, 실패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실수 또는 실패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인)을 해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고, 그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좋은 인이든 나쁜 인이든 분석해야 하는데, 감정으로 인하여 분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좋은 인이 있을 때는 마치 그 즐거움이 계속 될 것 같은 들뜬 마음에 분석을 하지 않고, 나쁜 인이 있을 때는 원망과 한탄으로 분석 할 여력이 없습니다. 분석을 할 때에는 현상적인 조건이 아닌, 숨어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인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내가 왜 태어났는가? 지렁이도 토끼도 지구에서 역할이 있건만, 그저 호의호식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은 아닐 것입니다.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할 일은 무엇인지? 나는 그 일을 지금 하고 있는지?
그렇게 고찰과 성찰을 하여야 하는 이유는, 올바른 삶의 방법(연)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직업 선택이(연) 잘못되고, 학과 선택(연)이 잘못되는 모든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분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무엇인가를 결정(연)하는 과정에서 후회할 일을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의 삼업(신구의身口意)이 바로 인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새로운 인을 만듭니다. 내가 내던진 말 한마디가 새로운 인을 만듭니다. 내가 속으로 생각한 그 사실이 새로운 인을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연기법이며, 십악참회 할 일을 만듭니다.
3신(三身, 살생·투도·사음) + 4구(四口, 망어·기어·양설·악구) + 3의(三意, 탐·진·치) = 10악十惡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낸 인들이 모두 내게 달려옵니다. 아니 달려듭니다. 지금 오지 않아도 언젠가 반드시 내게 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야만 합니다.(연)
따라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신한 인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 없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동으로, 말로, 생각으로 많은 인을 만들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삶의 늪에서 허우적댑니다.
연緣이란?
연이란, 간접적인 조건을 말합니다. 모든 것에는 조건이 있고 그 결과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조건 짓게 하는 원인이 있고, 그로 말미암은 결과가 있게 마련입니다.
세상의 논리는 참으로 깔끔합니다. 미련하다, 어리석다는 말은, 조건에 따른 결과의 의미를 모르는 삶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그에 맞는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내가 만들어내는 조건들이라면 다분히 그에 맞는 결과가 나올 것이 당연하거늘, 그 논리를 저버린 채, 원하는 결과와 맞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어리석음일 것입니다.
천성이 인이라면 습관은 연입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하듯, 천성도 중요하지만, 습관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합니다.
태생에 관계없이 살아가면서 (연을 맺어)만난 사람들로 인하여 삶이 좋아지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봅니다. 그것이 연입니다.
누구와 연을 맺는가?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반드시 사람이 아닌, 사물과의 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아끼려고 구입한 초저가 신발 한 켤레가, 발 모양을 바꾸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연의 기회를 맞이합니다. 40 넘은 분들이 지하철에서 스마트 폰으로 게임에 열중합니다. (삶이 무료해서 일까?) 그 순간, 게임과 연을 맺은 것입니다. 무엇과 어떻게 연을 맺는가는 삶을 조각하는 조각칼이 됩니다. 인은 어떻게 보면 태동에 불과 합니다.
자동차가 인이라면, 자동차 일뿐입니다. 자동차의 기능과 성능이 인일 때, 어떤 이와 연을 맺는가에 따라 난폭차량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연을 고려하고 있나요? 나는 어떤 이와 연을 맺고 살아가나요? 나는 주로 어떤 것에 관심이 있나요? 나는 내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을 고려하나요? 나는 내 업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삶을 기준으로 수많은 질문들이 모두 연에 속합니다. 연이 무엇인지 알고자 함이 아닙니다. 연의 중요성을 알고자 함입니다.
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선택한 연은 나의 미래를 만들어 냅니다. 지금 오락과 연을 맺어야 하나? 삶에 보탬이 되는 성인의 가르침과 연을 맺어야 하나? 언제나 연을 맺는 선택은 내가 합니다. 그래서 후회도 내가 하는 것입니다.
인연을 다시 정리하면?
인연은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사물의 만남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모든 현상은, 모든 결과는 반드시 그것을 있게 한 원인이 있다는 의미를 뜻합니다.
우리의 몸 안에는 뉴런이라는 세포 단위가 있습니다. 그들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와 원리로 우리 몸 안에서 나름 활동하고 있습니다. 화학적, 전기적 구조로 어떤 정보를 입력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뉴런에게 그대로 전달합니다. 입력된 것은 30여 가지의 신경전달 물질이며, 몸에 이로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입력되는 입구(Axon Terminal)가 있다면 출력되는 출구(Dendrite)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입력이 되었든(원인) 그대로 출력 합니다.(결과)
이때 받은 대로 출력이 되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인)으로 입력되었지만, 뉴런 내부 또는 외부의 간접적인(연) 원인으로 인하여 받은 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곧 병病의 시초를 암시합니다.
뉴런의 손상(내부적인 연)으로 인하여 전달이 늦어지거나 왜곡 될 수 있고 뉴런 주변 조건(외부적인 연)으로 인하여 전달이 늦어지거나 왜곡 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먹는 그릇된 음식(Fast Food, MSG, 각종 인간이 만들어 낸 화합물 등)이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일들이 그런 왜곡을 만들어 냅니다.
만일, 단 한 번의 그릇된 식단으로 말미암아 뉴런이 손상되고 신경 전달 체제가 문제 된다면 우리는 바로 느낄 것입니다. ‘어? 이 음식에 무슨 문제 있나 봐!’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는 그 음식을 먹지 않겠죠. 하지만 자연의 섭리인지 우리의 몸은 엄청난 백업(Back Up)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급되었던 뉴런의 입력과 출력은 한 개 씩이 아닙니다. 다수의 입력과 다수의 출력이 있습니다. 표현할 수 없는 만큼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수는 엄청나게 많아서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저런 통계와 표본 샘플을 통하여 약 60~100조 개쯤 될 것이라고 추산 할 뿐입니다.
따라서 그 중에 수 천만 개 손상을 입거나, 비정상적인 활동을 하여도 거의 표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재 얼마나 많은 수의 뉴런이 손상을 받았거나 온전하지 못한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우리는 즐겁게 먹는 이상한 음식으로 인하여 몸 안의 세포들은 병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 아프다고 자각하는 것은, 이미 엄청난 수의 세포가 손상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수박처럼 볼록 나온 배를 안고 다니는 아저씨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수의 세포가 이미 제 역할을 못하기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헛기침 계속 하는 애연가들…. 폐 안의 세포가 이미 모두 손상돼서, 기침을 통해서 제 자리를 잡아보려는 폐의 안간힘입니다. 역시 폐와 그것과 연결된 뉴런들의 손상, 그리고 그나마 온전한 뉴런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발악입니다.
이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분명하고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스스로 제공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과법因果法입니다.
인연이 소중하다는 말, 다시 곱씹어 새겨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