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원
시인·여래사 불자
늙을수록 멋있는 놈은
고목, 너뿐이 없다
친구들은 떠나가는데
믿을 놈은 너뿐이 없다
물놀이 한 번 못가고
술 한 잔 한 번 못하고
병마와 수없이 싸우며
천년만년 사는 놈은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행복한 놈은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놈은
고목,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젊어지는 놈은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믿을 놈은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탐스런 열매
맺는 놈은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활짝 웃으며
사는 놈은 너뿐이 없다
수많은 세월 동안
취권권법으로 흐느적흐느적 살며
오감을 누릴 수 있는 놈은
늙을수록 너뿐이 없다
늙을수록
향기로운 꽃 피고
우람한 열매 맺고
씨 뿌릴 수 있는 놈은
너 하나 뿐이 없다
늙을수록 여려져
톡, 치면 쓰러지고
눈물뿐인데
늙을수록 
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놈은 너뿐이 없다
잘 사는 놈은 너뿐이 없다
꽃도 피우고
씨도 뿌리는 놈은
오직 너뿐이 없다
기댈 놈은 너뿐이 없다
천길 울퉁불퉁 길 이겨내고
젊게 해탈하는
의지가 강한 늙은이야
믿을 놈은 너뿐이 없다
줏대 있이 뿌리가 튼튼한 청춘아
천 이백 살 은행나무 용문사 청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