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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곧 수행

붓다의 생활 수업



박경희
도서출판 중도 디자인실장


『붓다의 생활 수업』
박경준 지음
148×211 / 280쪽
18,000원
우리출판사 펴냄


 


원로 불교학자가 경전에서 건져낸 생활의 지혜


『붓다의 생활 수업』은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오늘날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쓴 글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불교는 깨달음을 향한 수행 지침만이 아니라 일상 전반에 대한 생활 지침까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뱃속 아이의 태교부터 부모님 제사 지내는 일까지의 통과의례, 옷 입고 식사하며 청소하고 잠자는 등의 모든 일과, 그리고 성생활과 경제생활에 이르는 생활세계 전반에 대한 불교적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책머리에〉


이를 위해 책의 내용 또한 〈먹다-식탁에도 성찰이 필요하다〉 〈입다-내면의 멋과 향기가 우러나와야〉 〈자다-죽음보다 깊은 잠〉 〈사랑하다-본능의 성 혹은 인간적인 성〉 등 각 단원의 소제목에서 보이듯이,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기불교 문헌은 물론 대승불교의 경·논서, 더 나아가서는 현대의 석학, 작가들의 글에서 관련된 부분을 제시하고, 이를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불교가 생활의 종교라는 사실은 팔정도八正道 가운데 하나인 정명(正命, right livelihood)의 실천덕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명은 곧 ‘바른 생활’ ‘바른 생계’ ‘바른 직업’의 의미이다. 따라서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깨달음과 열반은 이 정명의 실천을 게을리해서는 성취할 수 없다.” <6쪽>


평생 불교의 사회화에 앞장섰던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가 정명正命을 강조하며 ‘생활이 곧 수행’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책은 혼란한 세상에서 길을 찾는 이들에게 바로 지금 이 자리가 열반의 자리임을 일깨우는 생활 지침서이다.
저자는 ‘스님의 죽음이 곧 열반’, ‘열반은 죽어서야 이루는 것’이라는 인식에 머무는 불자들에게 열반에 대한 정확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붓다가 가르친 열반은 생명의 불길이 꺼진 상태가 아니라 ‘탐욕, 성냄, 어리석음 그리고 고통과 번뇌의 불길을 완전히 끈 상태’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삶의 완전 연소’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우리 삶의 순간순간이 금싸라기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찌꺼기도 그을음도 남김없이 완전연소한 삶을 사는 일이라는 것이다.
『붓다의 생활 수업』은 생활 전반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행위를 스물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하나하나 그 방법을 제시한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인연이 맺어져 있음을 성찰하며 먹기, 본능의 성을 더 인간적인 성으로 승화시키기, 건전한 음주문화에서 궁극적인 ‘술로부터의 해방’으로 나아가기, 현명한 벗을 가까이하기, 돈을 바르게 벌고 바르게 쓰기 등은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탁월한 실천방안들이다. ‘공업共業에 대한 이해와 실천’(243쪽)에서는 『열반경』의 공업사상을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숙명론적, 개인적 인과업보설의 폐해에서 벗어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사회환경 개선과 사회정의 실현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붓다의 생활 수업』은 이렇듯 불교인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불교의 가르침[교법]과 불교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불교가 일체중생의 안락과 이익을 지향하는 현실참여적 종교임을 학술적으로 조명한 『불교사회경제사상』,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분석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올바른 지향점을 제시한 『불교학의 사회화 이론과 실제』에 이어 『붓다의 생활 수업』을 통해 현대인이 ‘나’와 ‘우리’ 나아가 ‘더 큰 우리’로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가 전파해 온 ‘삶의 예술(the Art of Living)로서의 불교’를 학문적, 실천적, 현실적으로 시설(示說)한 삼부작의 완결판인 셈이다.


책 속으로


“지바카여,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경우가있으니(자신을 위해 짐승이 도살된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는 경우이니라. 고기를 먹어도 되는 세 가지 경우가 있으니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지 않는 경우이니라.” 〈맛지마 니까야〉 -18쪽


“햄버거용 소고기 100g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이 2천ℓ이고, 햄버거 한 조각 때문에 사라지는 숲이 약 5㎡(1.5평)라고 한다. 이처럼 육식은 윤리, 환경, 나아가 건강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불교인들도 이제 육식의 전면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생명 존중과 환경의 관점에서 무절제한 육식문화를 돌아보고 소박한 식생활을 선도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9쪽


“불교적 자유는 적어도‘본능의 자유’를 의미하지 않으며‘신체의 자유’에 갇히지도 않는다. 그것은 보다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자유다. … 불교적 자유는 본능의 노예, 성의 노예를 비롯한 모든 노예성으로부터의 해탈이며 그것은 동시에 참된 인격의 실현이기도 한 것이다. 불교인은 이러한 인격에 바탕한, 자비와 사랑과 존경을 통해 본능의 성을 보다 인간적인 성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54~55쪽


“술은 멋과 풍류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의 옛 사람들은 “봄철에는 집 뜰로 나가 마시고, 여름 술은 들로 나가서, 가을 술은 배 위에서, 겨울 술은 집 안에 들어앉아서 마실 것이며 밤술은 달을 벗 삼아 마셔야 한다.”고 했고, “꽃의 빛깔과 향기와 화합하려면 낮에 꽃을 바라보며 취해야 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깨끗이 하려면 밤에 하얀 눈을 보면서 취해야 한다.”고도 하였다.(임어당, 『생활의 발견』) 술은 담배 연기가 자욱한 시끄럽고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서만 마셔야 하는 줄 아는 우리들이 크게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다.”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