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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산의 원만한 대중생활(16)

불광산의 관리법


성운대사 지음
조은자 옮김


남녀유별


세간에는 인사상의 분쟁이 매우 많습니다. 누구는 명리를 위해, 누구는 사상을 위해, 누구는 지위를 위해, 누구는 재물을 위해…, 각자 자기의 입장이 모두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분쟁은 바로 남녀문제입니다. 무릇 한 장소 안에 남녀가 함께 어울리다 보면 서로 다른 성별 때문에 감정의 갈등과 시시비비가 생겨나는데, 참으로 끝이 없습니다.
당초 제가 ‘이란’에 있을 때 수많은 젊은이,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모두 막 이성에 눈뜨기 시작한 앳된 소년 소녀였는데 어찌 감정이 동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기묘하게도 제가 이란에 있던 10년 동안 이 남녀들은 감정의 분쟁이 일어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남성은 모두 자신을 소중히 여겼고, 그들은 그들만의 단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홍법이생에만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여성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 불법으로 보였으니, 감정적인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성도 여성끼리의 단체가 있었고, 불법을 위해 노력하고 일할 뿐 남자들을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란에 있을 때 이끌었던 수백 명의 남녀가 남녀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은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들에게 불법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계율로 규범 짓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자연스러운 법애法愛·선수禪修로서 우리 홍법단체에 참여하는 걸 자신의 재미로 삼았기에 남녀의 애정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란에 있던 10년 동안 이 청춘남녀 중에 단 한 쌍만이 결혼했습니다. 한 사람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다른 한 사람은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나중에 저는 그들의 독실함과 불법에 대한 헌신을 느끼고, 그들이 불교식 가정을 이루어도 좋겠다 싶어 신도들에게 그들을 도와주고 축하해 주게 했습니다. 이 한 쌍의 청춘남녀는 임청지林淸志와 임수미林秀美입니다. 결혼한 지 40여 년이 지났으니 선남선녀였다고 할 수 있으며, 자녀들 모두를 박사·석사로 길러냈습니다.
그들은 내내 이란에 살고 있습니다. 임청지 거사는 가르치는 것 외에 교도소 홍법까지도 40년 동안 멈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의 도반인 임수미는 아동반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역시 40년 동안 멈춘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제게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보다 더 잘해 주었습니다. 수년간 그들은 매월 제게 2, 3천 원씩 보내왔습니다. 제가 필요 없다고 그렇게 말렸어도 그들은 생활비에서 고정적으로 예산을 잡아놓은 것이라며 고집했습니다.
저에게 설령 자녀가 있다 해도 그들만큼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신도인 그들처럼 불법의 은혜에 감사하고 스승을 존중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드뭅니다.
남녀의 애정문제에 대해 저는 먼저 그들에게 불법을 갖게 하고, 그 불법이 어떻게 자신의 성격과 심성을 변화할 수 있는지 알게 한다면, 남녀 간에 어울린다고 해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불광산 개산 이래, 지역적 구분에서 참으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불광산은 하나하나의 손가락과 같아 오지산五指山이라고도 부릅니다. 남성은 엄지손가락에 해당하는 산에 머무는 데 바로 접인대불接引大佛이 계신 이 산머리입니다. 길 하나 도랑 하나 사이를 두고 조산회관朝山會舘·대웅보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신도의 산이라 정했습니다. 신도가 참배하고, 머물고, 쉬고, 활동하고, 집회하고, 강학할 수 있습니다. 다시 다리를 하나 건너면 세 번째 산머리에 도착하는데 그곳에는 여중女衆의 총림학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중에서부터 여중의 산머리까지 하나의 경계가 있어 갈 수가 없습니다. 여대중이 남대중의 산머리까지 가려해도 경계가 하나 있으니 역시 갈 수가 없습니다. 남녀 대중은 각자 불법을 위해서가 아니고는 서로 개인적으로 왕래가 없고, 남녀의 분쟁도 없습니다. 나머지 두 산머리는 양로원과 고아원입니다. 여기는 더욱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불광산의 직무에서 남중은 남중의 업무 단체가 있고, 여중은 여중의 업무 단체가 있어 각자의 소임을 다하기에 어떠한 접촉도 어떠한 왕래도 없습니다.
만일 남중과 여중 간에 중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연장자이면서 공명정대한 사람을 선출하여 맡깁니다. 우리 종무위원회 같은 경우 불광산에서 모두 2~30년 이상, 또 4~50세가 되어서야 종무위원이 될 수 있습니다. 종무위원 안에는 남녀 대중이 절반씩입니다. 그러나 남녀의 문제가 발생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 불법 이외에 기타 세속의 감정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불광산의 화합은 모두의 신심을 안주시켜 주고, 선열과 법희를 느끼게 해주어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교단이 되었습니다. 불광산에서는 재산이 얼마냐를 따지지 않고, 지위고하의 논쟁이 없고, 속세 가정의 간섭이 없고, 인아의 시비가 없습니다. 일체를 승가에서 결정하기에 모두가 즐겁습니다. 불광산에서는 매일 매일이 명절 같습니다. 저는 이것 역시 승단 특유의 교화와 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제도와 계율도 매우 중요합니다. 총림의 규칙과 불법의 계율을 준수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관리입니다. 모두 분별할 줄 알고, 자신이 가진 기풍과 습성을 가져다 또한 불광산이라는 단체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면 좋겠지만, 남녀가 그래도 유별하다는 것 또한 매우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남녀유별의 기풍이 익숙하지 않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환속하여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것 역시 본인의 자유의사에 맡깁니다. 이래야 승단의 청정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