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다리같이 부어요
-심부정맥혈전증-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여름휴가 동안 교통수단을 이용해 장시간 이동하는 이들이 많다. 다리를 구부린 채 고정 자세로 장시간 있다 보면 다리가 저리고 붓는 증상이 자주 생긴다. 이때 하체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지 않으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찾아올 수 있다.
이 이름은 일반석(이코노미클래스)에 앉아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리가 붓고 저려오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되어 붙여졌다. 질병명으로는 “심부정맥혈전증”이다. 하지 내 정맥의 혈류 장애로 인해 혈액이 정체되고 응고되면서 혈전이 생기는 질환을 말하는데, 이코노미 클래스나 자동차 등 좁은 좌석에서 고정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다 보면 발생할 수 있다.
혈전은 움직임이 없이 오래 앉아있을 때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앉아있으면 자연히 골반의 정맥이 눌리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다리의 피는 심장 쪽으로 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이때 피가 응고되면서 혈전이 생긴다. 비행기가 아니더라도 차를 오래 타거나 실내에서 오래 앉아있으면 생기는 이 증후군은 약물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혈압약이다. 혈압약 중에 혈압을 낮추면서 부작용으로 정맥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다리혈관에 혈액이 고여 하지부종을 일으키는 성분을 가진 약이 있다. 그러므로 만약 혈압약 복용 중인 고령자가 비행기를 탈 때에는 이코노미 증후군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세심하고도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0만 명이 앓고 그 중 60만 명이 폐색전증으로 발전하며 약 10만 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은 갑작스럽게 다리의 정맥이 확장되고 비틀리면서 돌출돼 보이는 정맥류가 나타나게 된다. 이후 점차 다리에 부종이 찾아오면 뻐근하면서 저린 느낌이 나타난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튀어 오른 정맥 부근에 열감이 느껴지거나 피부색이 갈색으로 착색되고, 정맥압이 증가하면서 궤양으로 이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고 혈전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혈관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기도 하는데, 이때 폐로 가는 혈액이 차단되는 폐색전증이 발병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이 줄어들면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심부정맥혈전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심부정액혈전증과 하지정맥류는 서로 다른 질환이다. 하지정맥류는 장시간 서 있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며 증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나타나고, 양쪽 다리에서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한쪽 다리에만 부종과 혈관 돌출 등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외상이나 종양 등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면,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기만 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우선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한다. 혈액은 55%가 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은 굳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따라서 기내에서는 입이 마르지 않아도 자주 물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술 커피 탄산음료를 통한 수분섭취는 피해야 한다. 이런 음료는 소변을 자주 마렵게 하여 탈수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또 자주 움직여줘야 한다. 비행기를 탔다면 1시간마다 일어나서 까치발을 반복하거나 기내 복도를 걷도록 하고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종아리를 마사지해서 다리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 차량으로 장거리 운전을 하고 있을 때는 휴게소 등에서 잠시 멈춰 다리를 펴 주고 전신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