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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로드 간즈의 비

이진영
시인

비와 나는 궁합이 잘 맞는다. 비 내리는 날은 내 몸과 마음이 참 말랑말랑해진다. 어떤 때는 밤새 창가에 앉아 창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듣기도 하고, 운전하고 가다 차의 시동을 끈 채 안전한 갓길에 주차한 뒤, 차의 천장으로 후두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적당히 내리는 비는 또한 나의 깡마른 삶을 부드럽게 적셔 주기도 한다. 조금은 멜랑콜리한 감상에 빠지게도 한다. 그래서 나는 비를 좋아한다. 우산을 쓰지 않고 맞는 비는 더욱 좋다. 그런 비는 내 영혼의 뼛속까지 축축이 젖게 한다.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걸을 땐 빗방울이 좀 굵어도 괜찮다. 빗줄기가 좀 세도 좋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그 빗방울과 빗줄기에 나의 온몸과 마음을 실을 수 있으므로. 내 황량한 영혼과 육체의 기갈을 완전하게 적실 수 있으므로.
내가 비에 관한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비에 관한 노래 중에서도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노래는 호세 펠리치아노의 레인(Rain)이다.

Listen to pouring rain listen to it pour
And with every drop of rain, you know I love you more
Let it rain all night long, Let my love for you grow strong
As long as we're together, Who cares about the weather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it fall
And with every drop of rain I can hear you call
Call my name right out loud I can hear above the clouds
And I'm here among the puddles You and I together huddle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the rain
Rain in its pouring the Old man is snoring went to bed, And he bumped head
He couldn't get up in the morning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it fall
And with every drop of rain I can hear you call
Call my name right out loud I can hear above the clouds
And I'm here among the puddles You and I together huddle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the rain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the rain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the rain
m-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the rain


퍼붓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퍼붓는 비를
그 빗방울 방울마다 난 그대를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밤새도록 비가 내리게 해요 그대 향한 나의 사랑 커지도록 말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는 한 날씨가 무슨 상관있나요?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아요 떨어지는 비를
그 빗방울 방울마다 그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 이름을 크게 외쳐봐요 구름 위에서도,
비로 질척해진 땅 위에서도 들을 수 있어요 우리 꼭 붙어 있어요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세요 빗소리를 들어보세요
비가 오네 비가 쏟아지네 할아버지는 코를 곤다네
할아버진 잠자리에 들다 머리를 부딪혀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못했지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세요 떨어지는 비를
그 빗방울 방울마다 그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 이름을 크게 외쳐봐요 구름 위에서도,
비로 질척해진 땅 위에서도 들을 수 있어요 우린 꼭 붙어 있어요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아요 떨어지는 비를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아요 떨어지는 비를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아요 떨어지는 비를
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아요 떨어지는 비를



깊은 밤, 비가 양철지붕을 두드리듯 경쾌하고 잔잔하게 변주되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내 몸과 마음에 방울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다. 구슬처럼 맑은 영혼의 빗방울이 내 기갈난 삶을 적셔주는 것 같다.
그 비를 얼마 전 인도 다람살라 가까이 있는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에서 만났다. 맥그로드 간즈는 1950년 중국에 강제 합병된 슬픔의 나라 티베트의 망명 정부가 있는 곳으로 히말라야 속의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엔 특히 이 시대의 마지막 성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달라이 라마 14세가 머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때가 마침 8월의 우기(雨期)여서 날마다 비가 내렸다. 그러나 이곳 티베탄(티베트인) 스님(라마승)과 망국민들은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녔다. 물론 손에 우산은 다 들고 있었지만, 라마승과 티베탄들은 그냥 비를 맞으며 한 줄기 한 줄기 그 비를 밀고 다녔다.

비는 그들의 빼앗긴 조국에 대한 슬픈 일상이자 조국과 자신과의 합궁으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선하고 평화로운 웃음을 잃지 않은 티베탄들의 눈빛은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처럼 빗방울 방울마다 그들의 사랑하는 조국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고 있었다. 비로 젖은 땅과 히말라야 자락으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비구름 자락 위로 티베탄들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박수폭포(맥그로드 간즈 히말라야 자락에 있는 폭포 이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따시델레’(행운을 빕니다)와 ‘투제체’(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그들의 빛나는 눈동자에서 평화와 비폭력을 사랑하는 그들의 깊은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처럼 맑고 선하고 밝고 평화로운 웃음을 잃지 않는 한 달라이 라마와 티베탄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들의 빼앗긴 조국을 꼭 찾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비가 내릴수록 그 확신은 몽돌 같은 확신이 되어 박수폭포로 쏟아졌다. 티베탄처럼‘옴 마니 뻬메 흠’ 진언을 외우듯 그 확신을 내 뼛속에 편마암으로 새겨 넣는 동안 맥그로드 간즈의 하늘로 또 다시 한 무더기 비구름이 비를 뿌리며 지나갔다. 나도 호세 펠리치아노의 레인을 흥얼거리며 티베탄처럼 우산도 쓰지 않고 맥그로드 간즈 거리를 걸었다.



<발문>
깊은 밤, 비가 양철지붕을 두드리듯 경쾌하고 잔잔하게 변주되는 호세 펠리치아노의 레인(Rain)을 듣고 있으면 내 몸과 마음에 방울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 비를 얼마 전 인도 다람살라 가까이 있는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에서 만났는데, 그 비는 그들의 빼앗긴 조국에 대한 슬픈 일상이자 조국과 자신과의 합궁으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선하고 평화로운 웃음을 잃지 않은 티베탄들의 눈빛은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처럼 빗방울 방울마다 그들의 사랑하는 조국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