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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번째의 참수

부처님의 전생담


법용화 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남부총괄팀장


“세존이시여, 사람들은 많은 중생들의 목숨을 빼앗아서 제사에 공양물로 바치고 있습니다. 거기에 어떤 공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죽은 이에게 공양한다는 명목으로 수없이 많은 희생양을 바치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공덕도 없다.”


먼 옛날 바라나시에 바라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바라문이 제자들에게 제사에 쓸 양 한 마리를 잡으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제물로 끌려온 양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다가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바라문이 양에게 웃다 우는 내막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양이 대답하기를, 자신도 전생에 바라문이었는데 제사 때 양을 죽인 업보로 양으로 태어나고 죽기를 무려 499차례나 했고, 이번이 그렇게 다시 태어난 지 5백 번째가 되는 때인데, 이번에 참수당하면 전생의 죄 값을 다하게 되어 웃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운 것은 자신을 죽이는 바라문이 앞으로 오백 생 동안 자신과 똑같은 고통에 시달려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여운 생각이 들어 울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바라문이 크게 뉘우치고 양에게 잘못을 빌었지만 양은 자기가 저지른 죄가 너무나 커서 어차피 죽음을 면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와 벼락이 치고 바위는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튀더니 양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마침 근처의 한 나무에는 신이 살고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보고 감로와 같은 음성으로 법을 설합니다.
“삶은 고통이다. 깨달은 중생은 살아있는 목숨을 죽여서는 안 되나니 살생하는 사람은 반드시 모진 슬픔을 겪게 되리라.”
나무신은 계율을 지니도록 한 뒤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나무신의 가르침을 지켜 선한 일을 많이 쌓은 뒤에 천상세계에 태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의 그 나무신은 바로 나였느니라.”


윤회란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세계를 포함한 여섯 개의 세계 즉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세계를 끝없이 죽고 태어나면서 돌고 도는 것을 말합니다. 육도윤회는 현생에서 우리가 짓는 업에 따라 내생 즉 다음생의 세계가 정해지는 것으로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곳에 태어나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나쁜 곳에 태어난다는 뜻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과 몸도 삶과 죽음의 끝없는 윤회의 바퀴를 돌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으려 합니다. 전생과 내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너무나 집착하며 살고 있으나 삼세윤회는 반드시 있으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연업과因緣業果의 넷으로 구성된 필연적 연기의 법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무상하게 보고 물거품처럼 가물거리는 아지랑이처럼 보며 집착을 버리면 고뇌가 사라지고 죄를 짓지 않게 될 것이며 세상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