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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이지숙 수필가, 문화센터 강사


이 세상에 과연 아름다운 이별이 존재할까?


이별 자체가 주는 아쉬움과 슬픔이 분명히 존재할진데 그 헤어짐이 어쩐 종류의 이별이든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별이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는 슬픔의 극대화, 아쉬움의 극치를 표현하는 소위 언어의 역설, 언어의 유희가 아닐까 싶다. 이별의 순간이 바다가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찻집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추억을 떠올릴 때, 그래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리움과 함께 애틋한 마음이 싹틀 정도는 되어야 인생을 의미 없이 헛되게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것 같다. 인생의 여정에서 만남의 순간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별할 때의 뒷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의 저장고에 저장되어 있고, 그 울림의 반향이 클 수도 있기에 우리 모두에게 이별의 정중한 매너는 만남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이 이별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듯 헤어질 때 보여서는 안될 밑바닥까지 보이고, 서로의 인권을 유린하는 진흙땅 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잘 잘못을 가리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일련의 소식들은 평범한 우리들에게 씁쓸함과 함께 진한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과거의 마음을 잡는 것을 집착이라고 하는데, 날개를 가진 천사가 악마로 변한 것이 아닌 이상 받아들여야 할 이별이라면 이별의 순간을 서로에게 미움만을 남긴 공멸의 순간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별의 순간을 첫 만남의 환상과 설레임으로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인생이 성숙해지는 한 단계 도약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과연 어려운 일일까? 만남의 연장선으로 이별을 생각한다면, 이별을 좀 더 조심스레이 정성스럽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


만남이 피할 수 없는 소나기 같은 운명이라면, 이별은 우리의 자발적 의지로 선택한 피할 수 있는 소나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병들거나, 나이가 들어서 이 세상과 하직해야만 하는 생물학적인 원인으로 인한 이별을 제외하고) 사람은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만남을 가진다고 하는데 그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과 자연 모두와 하루하루 헤어지는 연습,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처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새살이 돋는 치료약이 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상처 위에 또 다른 희망을 덧씌운 채 살아가고 있다. (상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 된 채로...) 화사하고 선명한 색을 띤 아름다운 수채화로 시작한 만남이 어둡고 칙칙한 회색빛의 유화로 끝나는 이별로 마무리 하지 말고, 끝까지 봄꽃의 싱그러움과 예쁨이 가득한 수채화로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는 현명함과 삶의 지혜를 터득해 보도록 하자.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 체 항상 새로운 신기루 같은 만남을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도 진실이요, 그 감정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것도 또한 진실일 수 있지만 주어진 만남에 정성을 들여 물을 주고 혼신의 힘을 다해 아름다운 만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면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종착역이 가까워진다고 해도 그 후회와 아쉬움은 적을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빠른 속도에 아날로그식 사랑을 꿈꾸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변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진심이다. 진심을 다해 만남을 이끈 것처럼 헤어질 때도 정중하게 격식을 차려봄은 어떨지...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을 잃어보는 것”이라고 어느 프랑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별 뒤에 그 사람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어리석은 후회를 하기 전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고귀하고 빛나는 보석 같은 만남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우리가 꿈꾸는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고, 그리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가 하면, 누군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가와지고 체증이 생기면서 우연히라도 만날까봐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로 와 닿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색깔의 사람으로 타인의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을까? 누눈가의 가슴속에 그립고 소중한 존재로 사진 찍혀 있다는 것은, 그래도 우리가 인생을 진실 되고 헛되지 않게 살았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믿어도 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그윽한 커피향과 함께 잠시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과연 우리는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의 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