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반야행)
시인 / 구룡사 불자
지난밤
대서양에서 일어난
때 이른 허리케인은
지중해 바다를 건너
사막의 모래벌판을
휩쓸고 지나갔다.
하늘 향해 누운
몸통 잘린 고목들
갓 피어난 꽃잎은
갈기갈기 찢겨
유프라테스 강물을
불게 물들인다.
하루 종일
주인 기다리다
내리치는 벼락에
눈 멀어버린 검둥개
깊게 패인 마당에서
컹컹 울부짓는다.
오늘밤도
태풍은
그 기력이 남아
지옥의 아수라(阿修羅) 되어
떠도는 사막의 혼(魂)들을
어지럽게 불러 세운다.
전쟁, 그 무명(無明)의 굴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