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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

문상돈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안구건조증은 단순한 눈물 부족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인 자극으로 인해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눈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안구표면이 손상되어서 염증에 반응이 일어난다.
염증이 심해지면서 눈물샘의 기능이 저하되고, 따라서 눈물의 양과 질도 떨어지면서 안구건조증이 유발된다.
안구건조증은 폐경기 여성, 라식수술을 받은 사람, 렌즈의 장기 착용자, 컴퓨터 작업이 많은 사람, 결막염의 후유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등에게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증상이 약할 때는 인공눈물을 자주 눈에 넣어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인공눈물을 넣어도 증상이 심할 때에는, 눈물이 빠져 나가는 구멍인 눈물샘 수술을 하기도 한다.
아래의 8가지 중 5가지 이상이 체크된다면 안구건조증이라고 볼 수 있다.


1.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뻑뻑하고 충혈 돼있다.
2. 건조한 곳이나 매연이 심한 곳에 있으면 눈이 화끈거린다.
3. 눈꺼풀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4. 눈이 피곤하면 눈곱이 낀다.
5. 눈이 뿌옇게 보이고 통증이 있다.
6. 햇빛이나 형광등 아래서도 눈을 뜨기가 어렵다.
7. 최근에 눈에 통증을 느끼면서 시력이 떨어졌다.
8. 콘택트렌즈 착용이 어렵다.


안구건조증이 진행되는 초기에는 눈이 충혈 되고 통증이 있거나 눈물이 많아지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은 생리적 방어기능으로 눈물의 분비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체 방어기전에 의하여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구건조증으로 진행된다.
안구건조증은 단순히 건조해져서 눈이 불편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막의 건조가 심해지면 각막연화증으로 발전한다. 각막연화증은 각막의 혼탁으로 시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한의학에서 인체는 배꼽을 중심으로, 배꼽위쪽에 해당하는 상체는 낮은 온도로 유지되고 배꼽아래인 하체는 따뜻하게 유지될 때 건강하다고 본다. 화기(火氣)는 아래로 하강하고 수기(水氣)는 위로 상승해야 정상적인 순환기능이 작동되어 머리가 맑고 몸 또한 편안하다. 이것을 한의학 용어로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고 한다.
수승화강은 건강을 지키는 핵심원칙이 된다. 우리 몸의 장기들 중에서 수기의 근거지는 신장이고, 화기의 근거지는 심장이다. 신장의 수기는 몸의 뒤쪽 중앙선을 따라 생긴 독맥(督脈)이라는 경락을 타고 위로 올라가고, 심장의 화기는 몸의 앞쪽 중앙선인 임맥(任脈)이라는 경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그런데 화가 나면 몸 앞쪽의 임맥이 막히면서 화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치밀게 된다. 눈은 열에 매우 민감하고 약한데, 화기가 계속 머리에 머물면 눈이 항상 피곤하고 빡빡한 느낌이 들며 자주 충혈 되는 증상을 보인다.
가슴에 화기가 막히면 기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머리에 기가 몰려서 눈 코 입에 열증이 생긴다.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입이 약간 마르는 증상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코에도 건조감이 있거나 비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심장의 화기가 많아지면서 신장의 수기가 마르면 심장의 두근거림이나 답답함이 동반되고 공연히 긴장되고 화를 잘 내게 된다.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안구건조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눈 자체에만 원인을 두기보다 전체적인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화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수기는 위로 올라가게 하는 수승화강의 기전이 제대로 작동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마른 신장의 수기를 공급하여 주고 심장의 화기를 줄여야 하고 막힌 기운의 통로를 열어 기의 순환을 도와주는 처방을 응용하고 침과 뜸도 도움이 된다.
일시적으로 눈이 피로할 때는 간단한 자가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차가운 수건으로 눈을 마사지해주면 눈의 활동이 원활해지면서 피로가 풀린다. 또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물속에서 30회 이상 눈을 깜박이거나 두 손을 오목하게 만든 뒤 눈을 덮어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도 눈 피로를 풀어주는 방법이다. 또 걷거나 족욕 반신욕 등을 통하여 수승화강을 도와주면 안구를 비롯한 두개내의 혈류가 증가하여 눈의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