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비유경》의 전생인연 이야기
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남부총괄팀장
기원전 3세기 무렵, 인도 최초의 통일국가인 마우리아왕조의 제3대 아쇼카왕은 불법에 심취하여 날마다 천 명의 아라한 스님을 궁궐로 초청하여 법회를 열고 공양을 베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명의 아라한 중에 젊은 스님 한 분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 젊은 스님은 공양시간이 되어 자리를 잡고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위로 궁전을 살피는 것은 물론 왕후를 계속해서 뚫어지게 바라보는 등 어수선한 행동을 했습니다.
이에 아쇼카왕은 그 젊은 스님의 행동이 괘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하여 아쇼카왕은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고 돌아가자 장로 세 분을 따로 모셔서 물었습니다.
“젊은 스님은 어디서 왔습니까? 왜 왕후의 얼굴만 보면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습니까?”
세 장로 가운데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젊은 스님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지혜롭고 모든 경전에 통달한 스님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궁전의 이곳저곳을 살펴본 것입니다. 위로는 도리천의 즐거움을 바라본 것이었습니다. 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왕은 전생에 모래 한 웅큼을 부처님의 발우에 담아드린 공덕으로써 지금 이와 같은 복을 받으셨습니다. 또 지금은 날마다 천 명의 아라한에게 공양을 베푸시니 복이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가 왕후를 바라 본 것은 왕후가 단정하여 궁중에서 가장 뛰어난 외모를 갖추고 있으나,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갈 운명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후의 운명을 통해 세상의 덧없음을 느끼고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당황하여 곧바로 부인을 불러 세 분께 귀의시켰습니다.
“대왕께서 비록 날마다 우리 아라한 천 명에게 공양을 베푸시지만 우리들 천 명의 힘만으로는 왕후의 마음을 깨우칠 수 없습니다. 저 젊은 스님을 초청하여 경전을 강독하게 하면 왕후께서 빨리 도를 깨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곧 그 젊은 스님을 초청하여 왕후와 함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하고 귀의하여 무거운 죄를 가볍게 해주도록 빌었습니다.
젊은 스님은 전생에 왕후가 한 것을 설명하고 또 요긴한 부분은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에 왕후는 크게 기뻐하더니 온 몸의 털이 곤두서 전율하다가 곧 스로타판나가 되었습니다.
왕후는 오백생 동안 젊은 스님과 자매가 되어 누구든지 먼저 도를 이루면 서로 제도해 주기로 맹세했던 도반이었습니다.
“사람으로서 전생의 인연이 없으면 누구를 따른다 해도 깨달을 수 없고 또 서로 만나 말할 수도 없으며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누구나 본래 인연이 있는 스승이 있다.”고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인因과 연緣에 의해서 생멸生滅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모두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입니다. 모두가 나로 말미암아 생겨난 일이며 모두는 인연법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연업과因緣業果
인은 씨앗(因子)이요, 연은 씨앗이 뿌려지는 밭(緣地)이며, 업은 밭에 뿌린 씨앗이 결실을 볼 때까지 가꾸는 행위입니다.
씨가 좋고, 밭이 좋고, 그 씨를 가지고 그 밭에서 농사를 잘 지었으면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입니다. 반대로 나쁜 씨를 나쁜 밭에 뿌리고 가꾸는 일을 게을리 했다면 수확이 나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심은 대로 거두고 지은대로 받는다고 했으니, 곧 선인선과善因善果요, 악인악과惡因惡果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바세계의 생리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