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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다

문상돈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뇨병이 유전되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당뇨병환자일 경우 자녀의 당뇨병 발병률은 20~30%, 부모가 모두 당뇨병환자라면 그 확률이 50~60%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동일한 유전인자를 물려받았는데 당뇨병이 발병하는 사람이 있고 발병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며, 부모가 당뇨병이 없어도 발병하는 사례도 아주 많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환경적인 요인, 즉 생활습관과 관계가 깊은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피마 인디언이라는 자치구역이 있다. 이곳은 30대 이상 성인의 51%가 당뇨병환자일 정도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당뇨병 빈발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피마 인디언들이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당뇨병 유발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풍요롭고 여유로워진 생활로 인한 비만 때문이었다. 오랜 빈곤으로 늘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살이 찐 사람도, 당뇨병환자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1950년대 미국 정부의 식량지원을 받으면서부터 비만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1990년대에는 45세 이상 성인인구의 당뇨병 발생률이 무려 70%까지 치솟기도 했다. 말 타고 사냥하지 않아도 콜라, 햄버거 따위를 실컷 먹으며 TV를 볼 수 있는 생활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애초 피마 인디언들의 유전자는 먹을 것이 부족한 비상시를 대비해 영양소를 저장해두는 속성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어느 곳보다 빨리 비만인구가 증가한 특징도 있다. 지금도 많은 수의 피마 인디언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합병증과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만인구 증가에 비례해 당뇨병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 성인 7명 가운데 1명이 당뇨병환자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는 질환이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유발된다. 당뇨병은 물론이고 암,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 비만, 관절염 등 현대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거의 모든 질환이 생활습관병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당뇨인구는 1% 미만으로 추정될 정도로 그 숫자가 적었다. 그 사이 의료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당뇨병환자는 9배 이상 증가한 이유는 생활습관의 차이에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정이 덜 된 곡식에 채소와 나물류 위주의 식사를 하고 간식거리도 풍부하지 않았던 시대에서 다양한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로, 편의시설이 부족해 몸을 많이 쓰며 살던 시대에서 편리한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이던 생활습관을 버리고 많이 먹고 최소한만 움직이는 생활습관에 길든 것이다.
스트레스도 당뇨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직접적으로 혈당을 높이는 탓이다. 실제 스트레스는 당뇨병 발병은 물론 당뇨병 악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뇨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 혈당을 높이는 고칼로리 식품을 지나치게, 그리고 자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체지방의 과다축적으로 인한 인슐린저항성이 생기지 않도록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과식하거나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식생활, 불규칙한 식습관 등도 당뇨병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이는 식사요법과 운동이 당뇨병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맞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적당히 먹기보다 항상 굶듯이 먹어 배가 고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