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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받을 것인가 배려할 것인가

『유마경維摩經』 「향적불품香積佛品」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유마경維摩經』의 스케일은 크다. 외계행성인 중향국衆香國 이야기가 열 번째 품인 「향적불품香積佛品」에 나온다.
엄청나게 많은 대중이 문수사리보살을 따라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간 이야기는 다 알고 있다.
점심공양 때가 다가온다. 사리불 존자의 노파심이 전등을 켠다. ‘이 수많은 대중들이 어떻게 공양을 해야 할까’ 하고 속으로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유마거사가 퍼뜩 접수를 하고 중향국으로 화보살을 파견한다. 수인사를 나누고 발우에 향기로 된 밥을 얻어서 다시 유마의 방장으로 내려온다. 온갖 번뇌를 다 부드럽게 녹여주는 향반香飯이다.
아유르베다에서는 향기로 병을 치료한다. 지구촌 어디에서 향기만 맡아도 시장기가 싸악 가시고 뱃속이 든든해지는 음식을 개발하면 좋으련만 그 수많은 식당들의 존폐여부가 달린 문제여서 향기밥을 연구해볼까 하다가 보류해두고 있다. 화보살이 다시 지구의 유마의 방장으로 내려올 때 중향국의 향적부처님을 모시고 있던 보살대중이 사바세계도 구경하고 유마거사의 설법도 듣고 싶다고 청한다.


時 彼九百萬菩薩            시 피구백만보살
俱 發聲言               구 발성언
我欲詣娑婆世界          아욕예사바세계
供養釋迦牟尼佛          공양석가모니불
幷欲見維摩詰等諸菩薩    병욕견유마힐등제보살


그때에 저 중향국의 구백만 보살이
다함께 소리 내어 말하였다.
저희들도 저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더불어 유마힐과 보살대중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구 안에서도 어디 좋은 곳이나 특이한 곳이나 경치가 아름답고 풍광이 수려한 곳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시간 등 다른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못 가본 곳이 사람마다 한두 군데이겠는가. 중향국의 보살들도 사바세계 유마거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대체 어떤 곳이며 유마거사의 패션은 어떤 모양인가가 궁금해진 것이다. 향적부처님이 허락을 한다.


佛言可往  불언가왕
攝汝身香  섭여신향
無令彼諸衆生  무령피제중생
起惑着心  기혹착심


향적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도 되긴 하지만
그대들의 몸에 뿜어져 나가는 향기를 거두어들여서 저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미혹함을 일으켜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할지어다.


그만 구백만 보살이 모두 향기를 거두어들이고 사바세계로 내려왔다. 장난기 많은 한 보살이 있어서 향기를 거두지 않고 내려와 유마의 방장에 모인 대중들이 그 향기를 맡고 어떤 다른 상황이 벌어졌더라면 『유마경』의 경전 내용은 지금 우리가 접하는 것과 사뭇 달라졌을 수도 있을텐데, 필자는 이 대목에서 향적부처님의 스케일 큰 배려심을 배운다.
전에 어느 큰스님께서 잔잔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구린 냄새는 문자 좀 읽었다고 자랑하는 공부자랑 냄새이다.”
독서량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 해도 지구에 있는 책 전체 양이나 수에서 보면 한두 권 읽은 사람이나 많이 읽은 사람이나 사실은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개미들 중에 힘이 좀 센 개미가 있어서 다른 허약한 개미가 입으로 물어 올리는 흙보다 백배쯤 큰 흙덩어리를 물어 올린다 해도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면 거 뭐 큰 차이가 있겠는가. 그 말씀을 듣고 안 그래도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잘됐다 싶어서 책읽기에 열을 올리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기도 하다. 큰스님 당신께서는 30 이후에는 책을 읽지 않으셨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눈은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모양이 아름답게 되고 보기 싫은 사람을 보면 찡그려지기도 한다’고 어느 책에 써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갓난아기도 반가운 사람을 보면 방실방실 웃고 아빠가 혼내려하면 표정이 확 변한다. 책 읽은 사람은 책 안 읽은 사람을 배려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좀 배려해야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향적부처님은 강도 높은 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는 사바세계 보살들이 중향국의 향기를 맡고 잘못될까봐 사바세계로 가는 대중들에게 향기를 몸에서 거두어들이고 내려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又當捨汝本形  우당사여본형
勿使彼國求菩薩者  물사피국구보살자
而自鄙恥  이자비치
又汝於彼 莫懷輕賤  우여어피 막회경천
而作礙想  이작애상


또 그대들은 마땅히 본래 몸의 모습을 버려서
저 사바세계에서 보살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자기 스스로 비루하게 여기는 마음이 들어
부끄러워하지 않게 할지어다.
또 그대들은 저 사바세계를 가벼이 여기고 천박하게 여겨서
스스로 장애를 일으키는 생각을 내지 말지어다.


더러 중향국의 보살들이 유마의 방장에 내려오는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그 그림에 묘사된 모습은 중향국 보살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사바세계 맞춤형으로 바꾸어서 내려오는 모습일 뿐이다. 만약 본래모습 그대로 내려왔다면 지구 최장신 농구선수도 그 앞에서는 그저 땅꼬마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향적부처님의 배려심이 한층 더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所以者何                  소이자하
十方國土 皆如虛空         시방국토 개여허공
又諸佛爲欲化諸樂小法者    우제불위욕화제요소법자
不盡現其淸淨土耳          부진현기청정토이


무엇 때문이겠느냐.
시방의 국토가 다 허공처럼 실체가 없기 때문이니라.
또 모든 부처님께서 소승법을 좋아하는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청정한 국토 전체의 모습을 사바세계에 나타내지 않은 것뿐이기 때문이니라.


중향국의 향적부처님뿐만 아니라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우리 사바세계 중생들을 엄청나게 배려하고 계신다. 부처님과 보살님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배려해주고 계신 분들이 많겠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본다.
나의 배려심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배려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배려심을 키워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