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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열 두 꼭지⑩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1.
‘①믿음-②이해-③실천-④체험’, 이렇게 4문단으로 쪼개서 󰡔화엄경󰡕을 분석적으로 독서한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했다. 첫째의 ‘①믿음’ 부분은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깨치신 ‘보리도량’에서 설법이 진행되었다. 그곳에 총 6품品이 설해졌다. 둘째의 ‘②이해’ 부분은, 어떤 수행을 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를 인과론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인데, 제2회의 설법부터 제7회의 설법까지 총 6회에 걸쳐 설법이 펼쳐진다. 이 대목을 화엄교학의 전문 용어로 ‘수인계과생해분’이라는 하는데, 이런 이야기도 자주 반복해왔다.
그런데, ②이해에 해당하는 ‘수인계과생해분’도 크게 3단락으로 쪼개 읽는 것이 화엄교학자들의 전통이다. 이 말씀도 자주 드렸다. 3단락으로 쪼개는 내용을 다시 환기해보자.
‘수인계과생해분’의 󰊱첫째 단락에서는, 우리가 의지해야 할 스승은 부처님이신데 대체 부처님의 어느 부분을 의지해서 우리는 수행을 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여래명호품」에서는 ‘여래의 몸[身]’을, 「사성제품」에서는 ‘여래의 말씀[口]’을, 「광명각품」에서는 ‘여래의 뜻[意]’을 각각 설명하여, 우리들에게 여래의 3업에 의지해서 수행하도록 설법하신다.
이 이야기는 뒤집어서 말하면, 󰡔화엄경󰡕을 읽는 독자들은 「여래명호품」을 읽을 때에는 ‘여래의 몸’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주목해주십시오 라는 뜻이 된다. 나아가 ‘여래의 말씀’과 ‘여래의 뜻’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초기불교 교리에서 자주 언급하는 ‘신구의 3업’이라는 교리는 훗날 기록된 대승경전의 하나인 󰡔화엄경󰡕에 까지 관통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화엄경󰡕을 읽은 독자들은 「여래명호품」에서 여래의 몸[身]이, 「사성제품」에서는 여래의 말씀[口]이, 「광명각품」에서는 여래의 뜻[意]이, 각각 어떻게 설명되어지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2.
자- 그러면 부처님께서 갖추신 신구의 3업의 모습과 기능에 대해서는 알아보았으니, 이제 부터는 우리 자신도 그런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 남아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이론적으로 먼저 깨달음이란 어떤 ‘인과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를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이어서 ‘수인계과생해분’의 󰊲둘째 단락에서는 ‘원인’을, ‘수인계과생해분’의 󰊳셋째 단락에서는 ‘결과’를 각각 설명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반복하면, 「제7 여래명호품」에서 시작하여 「제8 사성제품」을 거쳐 「제9 광명각품」까지 법을 설하여 󰊱첫째 단락을 마치고는, 이어서 「제10 보살문명품」부터는 수행의 원인을 설하는 󰊲둘째 단락이 시작된다. 이 둘째 단락에서는 모두 23개의 품品이 구성되는데 매우 복잡하다. 이 복잡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화엄교학 연구자들은 많은 대책을 강구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 불교 강원에서는 중국 당나라의 청량 징관 국사께서 제시한 해결책을 수용해서 공부하고 있다. 청량 국사께서는 󰊲둘째 단락에서 설법하는 내용을 크게 여섯 덩어리로 구분해서 설명하신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숫자를 붙여서 설명하기로 한다. 󰊲-①첫째 덩어리는 보광명전에서 전개되는데 「정행품」을 중심으로 한 ‘믿음’ 설법으로, 이 부분은 <월간 붓다> 지난 8월호에서 이미 설명했다. 󰊲-②둘째 덩어리는 도리천궁에서 전개되는 「십주품」의 ‘열 가지 마음먹기’ 관련 설법으로, 이 부분은 바로 지난 9월호에서 설명했다. 이번 10월에는 󰊲-③셋째 덩어리인 야마천궁에서 설법되는 「십행품」을 중심으로 ‘수행과 관련된 이론’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다음 달 11월호에서는 󰊲-④넷째 덩어리인 도솔천궁에서 설법되는 발원에 관련된 이론을 「제25 십회향품」을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12월호에는 󰊲-⑤다섯째 덩어리로서 타화자재천궁에서 설법되는 체험과 관련된 이론을 「제26 십지품」을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⑥여섯째 덩어리에 해당하는 ‘부처되는 일[成佛]’과 관련해서는 재차 보광명전에서 열린 「제27 십정품」에서부터 「제32 보살주처품」까지를 내년 2022년 1월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서 2월에는 ‘수인계과생해분’의 󰊳셋째 단락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①믿음-②이해-③실천-④체험’으로 크게 단락이 구별되는 󰡔화엄경󰡕의 ‘②이해’ 단락이 모두 설명된다.


3.
이렇게 문단을 나누어서 구조적으로 󰡔화엄경󰡕을 읽는 것이 방대한 책을 섭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자- 그러면, 예정대로 이번 10월에는 󰊲-③셋째 덩어리인 야마천궁에서 설법되는 「제21 십행품」을 중심으로 한 ‘수행과 관련된 이론’ 소개를 시작하기로 한다.
이야기는 야마천궁에서 펼쳐지는 데, 처음에는 부처님께서 야마천으로 올라가시는 장면이 묘사된다. 부처님께서는 보리도량은 물론 이전의 도리천궁을 떠나시지 않은 채로 야마천궁으로 화신化身으로 변화의 몸을 드러내지자, 야마천왕은 부처님을 장엄한 자리에 모시고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송한다.
이렇게 법회가 시작되자 10방 세계에로부터 공덕림보살과 혜림보살 등의 열 보살들이 수많은 대중들을 이끌고 몰려와서는 저마다 부처님을 찬양한다. 그런 찬양의 내용이 「제20품 야마천궁게찬품」에서 펼쳐진다.
이어서 본론적인 법문이 시작된다. 공덕림보살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서 ‘선사유삼매’에 들어간다. 요즈음 우리나라 절에서도 법문하기 전에 소위 ‘입정’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것도 모두 󰡔화엄경󰡕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선정에 들어 부처님으로부터 가피를 받은 공덕림보살이 드디어 명상에서 나와서 법문을 설한다. 그것이 바로 「제21품 십행품」이다. 야마천궁 설법의 핵심이다.


4.
이제 비로소 제4회 모임 법회의 핵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보살이 닦아야 할 수행 열 가지를 공덕림보살이 설하는데, 열 가지 수행의 이름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환희행歡喜行, 2. 이익행饒益行, 3. 무위역행無違逆行, 4. 무굴요행無屈撓行, 5. 무치란행無癡亂行, 6. 선현행善現行, 7. 무착행無着行, 8. 난득행難得行, 9. 선법행善法行, 10. 진실행眞實行이다.
각 수행에 관한 법문을 설할 적에 시방 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고 무수한 보살들이 와서 공덕림 보살을 찬탄하며 게송으로 10행의 뜻을 거듭 빛낸다.
이상의 10행에서 한 단계 더욱 훌륭하게 나아가는 다함없는 덕의 행상을 보이는데, 이 법문이 「제22품 십무진장품」에서 이루어진다. 「제22품 십무진장품」에 대해 이를 전래의 강당에서는 ‘승진취후勝進趣後’이라고 과목 이름 붙이는데, 그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과목 이름을 붙였다. 한자를 잘 살펴보면 좋다. 직장에서 직위가 올라가는 ‘승진昇進’이 아니다.


5.
「제22품 십무진장품」에서는 ‘10장藏’을 설하는데, 1. 믿는 장[信藏], 2. 계행 갖는[戒] 장, 3. 제 부끄러움[慙] 장, 4. 남의 부끄러움[愧] 장, 5. 듣는[聞] 장, 6. 보시하는[施] 장, 7. 지혜로운[慧] 장, 8. 기억하는[念] 장, 9. 지니는[持] 장, 10. 말하는[辯] 장이 그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무진장[十無盡藏]’에는 열 가지 다함이 없는 법이 있어 보살들을 마침내 위없는 보리를 성취케 한다. 왜냐하면 1.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 때문이며, 2. 본래의 서원을 잘 회향하기 하기 때문이며, 3. 일체 겁에 끊이지 않게 하기 때문이며, 4. 온 허공계를 모두 깨우되 한정하는 마음이 없게 하기 때문이며, 5. 하염 있는 데로 회향하되 집착하지 않게 하기 때문이며, 6. 한 생각의 경계에 온갖 법이 다함이 없게 하기 때문이며, 7. 크게 서원하는 마음이 변동이 없게 하기 때문이며, 8. 모든 다라니를 잘 거두어 잡게 하기 때문이며, 9.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 염려하기 때문이며, 10. 일체 법이 요술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야마천궁에서 설해진 󰊲-③셋째 덩어리인 법문의 얼개의 구조만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내용적으로는 「제21 십행품」의 설법에서 드러나듯이 ‘수행과 관련된 이론’에 주안점을 두고 법문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하여 제4회의 모임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