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도의 세계
불법을 수호하는 신들의 향연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신중도의 세계』
현주스님 지음
170×230 | 504쪽 | 무선제본
값 35,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한국불교만의 독자적 성보聖寶, ‘신중도神衆圖’를 본격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BBS・BTN 방송을 통하여 불자들에게 친숙한 현주 스님이 오랜 학문적 연구 끝에 펴낸 첫 저서 『신중도의 세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중도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선신善神들을 그린 불화로, 한국불교의 의례와 신앙은 물론 민간신앙과 도교적 요소까지 융합된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절에서 신중도를 마주하며 흔히 무속화巫俗畵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신중도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 도상의 비밀을 해부하여, 낯설고 기묘해 보였던 불화를 한국불교가 간직한 대표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드러낸다.
저자는 그동안 신중도만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보기 드문 연구자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 관련 학술논문만 13편을 발표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오랜 탐구가 맺은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신중도의 세계』는 단순히 불화 한 점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신중신앙의 형성과 변천, 도상의 복잡한 상징,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속에 뿌리내린 신중도의 개방성과 융합성을 종합적으로 탐구한 학술적 성과이자, 동시에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해설서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문화의 상상력과 전통의 한 맥락에서 신중도를 이해하게 되며, 그것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적 자산임을 알게 된다.
BBS불교방송과 BTN불교TV 등 다양한 매체에서 대중과 호흡해 오며, 현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동 진행자로 활동 중인 현주 스님은 교계 안팎에서 이미 친근한 인물이다. 하지만 스님의 이력은 대중적 친근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사무국장과 국가유산청 문화재전문위원을 역임한 스님은 현재 전남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신중도神衆圖와 관련된 학술논문만 13편을 발표하면서, 학계에서는 스님을 ‘신중도’라는 특정 주제를 일관되게 탐구해 온 보기 드문 연구자로 꼽는다. 이 책은 그런 스님의 첫 저서이자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대중은 특유의 색감이나 등장하는 신들의 험악한 인상 때문인지 사찰 신중도를 무속화巫俗畵나 무신도巫神圖 정도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신중도는 불법佛法을 지키는 선신善神들의 군상으로, 불교 교단을 수호하고 중생을 돕는 존재인 신중神衆의 집합적 초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중은 “부처님이나 보살, 나한보다 아래에 위치한 존재이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욕망을 지닌 존재”로서 신도들과 심리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놓여 있다. 그 친밀성 때문에 신중신앙은 불교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졌으며, 중국과 한국 등지로 전파되면서 각 지역의 민간신앙까지 수용・확산되었다. 이에 저자는 신중신앙의 산물인 신중도를 “가장 서민적이며, 개방적인 불화”라 이야기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불교 신중신앙의 독창성이다. 조선 후기에는 불교와 토속신앙의 접점을 포괄하여 무려 ‘104위 신중’ 체계로 정비되었는데, 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만의 전통이다. 또한 다양한 신중을 한 폭에 그려 모신 신중도 역시 한국불교만의 독창적 전통으로 우리 불교의 융합성과 개방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신중신앙의 성립과 전개, 신중도 성립 배경을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하여 의례와 도상, 개별 화사(또는 개별 지역) 양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중도가 어떻게 조성되어 왔으며, 불단의 필수 불화로 자리 잡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나아가 신중도에 표현된 선신 가운데 하늘 세계를 대표하는 제석천, 지상의 중심 신인 위태천, 명부(저승)의 신인 현왕(염마라왕)이 어떻게 신중도의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는지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신중도 속 다양한 신상神像의 정체를 밝히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신중도에 수용・정착되었는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이 탐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인도나 중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신중(도상)이 우리나라 신중도에 수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시대 신중신앙이 불교경전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요소를 폭넓게 수용한 결과로, 여동빈・종리권・철괴리 같은 도교 신선, 문배門排의 문신,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조왕신 등이 신중도에 차용되었음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도상 연구의 디테일도 돋보인다. 관성제군, 즉 『삼국지』의 영웅 중 한 명인 관우의 도상을 조왕신 표현에 차용한 사례나 판본류(『옥추경』 삽화, 『삼국지연의』, 『만소당화전』 등) 도상의 광범위한 참조가 면밀하게 검토되어 있다. 이외에도 『서유기』 모티프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구체적인 예를 들거나 다면다비多面多臂의 예적금강이 천수관음 도상과 『석씨원류응화사적』 삽화 등 다양한 요소를 참조해 조선 후기 신중도에서 혁신적으로 형상화되었음을 유형 비교로 보여준다.
결국 신중도는 조선시대 불화 가운데서도 한국적 독자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며, 우리나라의 신앙과 불교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창의적 산물임을 드러낸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나 K-콘텐츠들이 한국의 설화나 무속, 전통적 세계관을 모티프로 삼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 체계가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이 다루는 신중도 역시 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신중도는 불교적 호법신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토속신앙, 도교, 민간 설화가 융합되어 우리나라에서만 꽃핀 독창적 문화유산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찰의 불단에서 불법을 수호해 온 신중들은,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적 상상력’과 나란히 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