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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의 불도품佛道品을 읽어본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爾時 文殊師利 問維摩詰言 이시 문수사리 문유마힐언
菩薩 云何通達佛道 보살 운하통달불도
維摩詰言  유마힐언
若菩薩 行於非道  약보살 행어비도
是爲通達佛道  시위통달불도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유마힐거사에게 질문한다.
“보살이 어떻게 해야 불도를 통달합니까?”
유마힐이 말한다.
“만약에 보살이 비도(非道 : 도에 맞지 않는 것)를 행하면 이것이 불도를 통달하는 것입니다.”
유마경을 읽을 때는 머릿속의 상식과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을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무슨 보물 꽉 잡듯이 잡고 있으면 잘 읽어지지가 않는다. “통증이 바로 건강활력에너지입니다.” 하고 말하면 무슨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하는 말이 돌아온다. 7~8년 저편 수십 년 동안 어깨 통증이 케이티엑스가 철로 위를 달리듯 어깨 위를 달리고 있었을 때는 필자도 통증이 건강활력에너지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이제는 통증이 활력에너지의 변형된 형태라는 것을 확신한다. 도끼로 찍어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벌겋게 달구어진 쇠꼬챙이가 오른쪽 날개뼈 골수 깊은 속을 쑤시고 찌르고 지져댈 때는 아프다는 소리가 입술까지 나오지도 못했다. 그 증세가 좀 가라앉으면 한숨을 길게 내쉬고 비로소 어깨 아파 죽겠다는 소리를 한동안 발음하곤 했었다.
어깨 통증이 짓누를 때 한문 번역을 마감시간에 쫓겨서 해야 될 때는 전쟁이라도 확 일어나서 번역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차라리 지구에서 내려버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지하철 안내지도에서 ‘지구하차역’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혹시 지도를 안 본 사이에 생겼을까 봐 살펴보곤 했다. 지금 싱싱하게 회복된 어깨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선 어깨에게 몹시 미안하고 어깨 통증을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으로 폭발시키곤 했었는데 그 짜증을 감당해준 주변 분들이 너무 고맙기만 하다. 어깨 통증으로 시작돼서 온몸이 뒤틀리는 통증이 엄습할 때면 누가 칼로 목을 확 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어디에 숨어 있다가 고개를 쳐들곤 했었다.
통윤스님의 주석은 저 앞의 원문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明與無明 其性無二 명여무명 기성무이
無二之性 卽是佛性 무이지성 즉시불성
명과 무명이
그 성품은 둘이 아니니
둘이 아닌 성품이
바로 불성이라네


불도와 비도가 성품은 둘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불도佛道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적인 고정관념에 두개골의 골수 뼈가 딱딱하게 굳어서 점령되어 있을 때 일으키는 생각에 불과할 뿐이다.


佛性者 불성자
處凡愚而不減 처범우이불감
在賢聖而不增 재현성이부증
불성은
어리석은 범부에게 있을 때에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현인과 성인에게 있을 때에도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네


암에 걸려있는 사람의 불성과 세계신기록으로 마라톤 경기를 하는 사람의 불성이 다르지 않다. 오른쪽 손목을 삐었을 때 오른쪽 손목의 불성이 어디로 떠나버리는 것도 아니다. 오른쪽 손목의 불성은 줄어들고 대인 왼쪽 손목의 불성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 것은 두 손목을 동시에 삐어있는 사람도 아는 사실이다.
검찰공무원이 된 후배가 소위 비행청소년들과 대화를 한동안 해보고는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한 적이 있다. 교도소에 어쩌다가 들어온 청소년들이 그만 배신을 때린 적이 많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하도 웃는 바람에 배꼽의 불성과 배꼽자체가 빠져서 떨어져나갈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청소년들의 불성이 어디로 외국여행을 떠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청소년들이 잠깐 후배 앞에서 순진하고 온순한 표정을 지을 때는 갑자기 늘어났다가 뒤돌아서는 순간 쌍시옷 여러 개를 입에 올릴 때는 땅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통윤스님의 주석은 다음과 같이 뒷내용이 이어진다.


住煩惱而不亂 주번뇌이불란
居禪定而不寂 거선정이부적
불성은 번뇌 속에 들어있어도
어지러워지지 않고
선정 속에 들어있어도
고요한 것이 아니라네


본인의 마음이 어지럽고 시끄러우면 아무리 조용한 곳에 있어도 편하지가 않다. 전에 조용한 산골에 가서 마음을 쉬고 오겠다고 갔던 사람이 시냇물이 고요하게 흐르는 집에서 잠을 자는데 그만 냇물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한숨도 못자고 해서 다음날 바로 와버렸노라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마음이 태평한 사람은 시끄러운 시장바닥 한 가운데서도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잠만 잘 잔다.
국화가 피어나고 오동잎 소리가 들을 만한 때이다.


菊萬風霜而不掘發 국만풍상이불굴발
桐千年老而猶藏曲 동천연노이유장곡
국화는 온갖 풍상을 겪어도
불굴의 의지로 꽃을 피워내고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더라도
오히려 곡조를 간직하고 있다네


지금 뼈를 으스러지게 하는 통증이 있더라도 국화가 풍상을 겪어내는 의지를 발휘하기만 한다면 그 통증은 반드시 건강의 국화꽃으로 피어나 진한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 소쩍새도 도와주고 소나무도 도와준다. 그러나 의지가 자칫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소쩍새도 울음을 그쳐버리고 소나무도 딴청을 해버린다.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는 천년을 잠들어 있다가도 그 거문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줄을 고르면 아름다운 우주의 음률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거문고 줄을 고르는 마음으로 정성껏 <미안합니다> 하고 어루만지면 <건강의 국화꽃 향기>를 뿜어내면서 <건강의 우주 음률>을 발휘해준다.
도연명의 국화시가 있다.


採菊東離下 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꽃 따들고
무심하게 남산을 바라보네
꼭 동쪽이 아니라도 좋다. 어느 울타리나 산모퉁이에 핀 국화꽃 향기를 감상하러 걸음을 힘차게 옮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