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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이지숙
수필가·문화센터 강사


저 멀리서 환희와 행복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기라도 하듯 화원 입구에 들어선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오르는 기쁨과 희망을 느꼈다. 밝고 경쾌한 꽃 잔치가 열리고 있는 화원을 방문했을 때,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함박꽃 같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해 주는 노란 국화에 나는 매료되었고, 우아한 여인네의 자태를 지닌 국화 특유의 그윽함으로 호소하는 매력적인 퍼플 국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려한 듯 보이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절제된 세련됨으로 품위를 지키고 있는 와인 빛 국화 등 제 각각의 개성과 특유한 향기로 손님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美人 선발대회 미녀가 선택받기 위해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노력하는 듯…) 국화들의 가을 향연은 화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충만한 행복과 희망의 선물을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들 중에서 나는 병아리의 미소를 닮은 노란 국화를 일만 원에 간택했고 그 여인네를 집으로 곱게 모셔다 놓았다. 베란다에 배치하니 온 집안이 생기와 화사함이 감돌면서 백만 원짜리 고가의 인테리어보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크게 밀려듦을 느꼈다. 하루하루 피곤함에 짓눌려 몸이 흐느적거리고 밸런스가 깨진 정신의 부조화로 제자리를 못 찾고 있었는데, 노란 국화의 내집 방문은 “행복이 별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야.”라는 작은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꽃을 통해 오해보다는 이해의 현미경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고, 관용보다 사랑을 베풀고 싶은 너그러움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꽃이 인간에게 주는 커다란 위력이었다. 
“프로가 아마추어와 다른 점은 프로는 불안과 걱정을 유익하게 바라보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말이 마음 깊숙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너무나 서툰 아마추어 人生을 좀 더  프로답게 살고자 하는 다짐이 아름다운 가을꽃을 통해서 용솟음치는 것을 보니 평범한 우리네를  감동시키고 지켜주는 것은 꼭 커다랗고 값 비싼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연기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지금도 내 옆에서 아무 조건 없이 밝고 해맑게 웃어 주고 있는 노란 국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조건 없는 믿음이 사람을 일으키는 것이듯, 조그만 꽃의 생명체가 허약한 나를 믿음으로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용기를 갖고 힘차게 운명을 껴안아보라.”며…
오늘만큼은 누군가에게 부채의식도 가질 필요 없고, 모든 고통을 짊어진 듯한 가을의 쓸쓸함에서 그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고 싶다. 일만 원으로 어찌 이렇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며,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다보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커피 한잔 값으로 텅 비어있는 나의 생각의 잔을 채워주고, 人情을 향한 갈증을 촉촉이 적셔주는 국화의 사소한 구원이 나에게 행복의 잔 근육을 키워주는 듯하다.
‘신뢰의 삶이 희망의 씨앗’이라는 플래카드를 싣고 고속으로 달려오는 가을 열차에 잠시 지친 몸을 쉬어가라며 높고 푸른 하늘이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