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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숨차면 빈혈 의심해 보자

문상돈
한의학 박사|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숨이 찬 증상으로 오신 60대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이 분은 평소 기관지가 약해 숨이 자주 차고 기침이 많았는데, 근래 들어 숨찬 증상이 더 심해지고 피로가 몰려온다고 했다. 당연히 기관지가 더 나빠졌을 거란 생각에 병원에 가서 폐 사진 등을 찍고 검진을 받았지만 정작 폐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갈수록 숨이 차서 이제는 계단 몇 칸만 올라도 호흡이 힘들어 좋아하던 등산을 할 수 없고 앉았다 일어나면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다고 했다.


대부분 호흡이 가빠지면 흔히 폐 기관지 등의 호흡기 질환을 의심하지만 이런 경우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고산 등 산소가 부족한 곳에 가면 숨이 찬 것처럼 빈혈도 숨이 찬 증상이 가장 주증상이다. 빈혈 있는 사람이 등산 등 운동으로 산소가 많이 필요하면 산소부족이 심해져 숨이 더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 빈혈 초기에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등산 등 운동을 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빈혈이라고 하면 어지럼증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 빈혈에 의한 어지럼증은 5% 미만이다.
어지럽다고 할 때 빈혈일 가능성은 그만큼 많지 않다는 뜻이다. 빈혈 증상으로 오인하는 어지럼증은 귀 안쪽이나 머리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는 체했을 때 어지럼증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빈혈의 주된 증상은 피로다. 그 외의 증상들은 숨찬 증상, 창백한 피부, 어지럼증, 두통, 팔다리의 저림이나 냉증 등이고 악화되면 너무 피곤해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


빈혈은 몸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온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움직이는 기관은 심장이다. 빈혈이 생기면 심장에서 피를 더 많이 더 자주 돌려 산소 보내는 양을 유지하려 한다. 심장이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빈혈을 방치하면 심장이 무리하게 되고 심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빈혈이 계속 방치되는 경우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 즉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고 심장은 혈액 내의 산소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혈액을 방출해야 하므로 울혈성 심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빈혈이 발생되면 당연히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치료 전에 근본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원인에 대한 정확한 검사 없이 치료를 먼저 하는 것은 심대한 인체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출혈 과다로 인한 빈혈을 철분제 보충 등의 지엽적인 수단으로만 치료하게 된다면 시기를 놓쳐 생명이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원인이 된 질환의 진단을 늦춰지게 함으로써 오히려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빈혈은 비교적 쉽게 치료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빈혈이 나은 것은 아니다. 특히 치료 후 적혈구가 정상치로 회복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증상이 빨리 좋아진다고 해도 치료를 끝까지 확실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