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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쉬고 쉽시다
공종원
언론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200m 평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19살의 어린 정다래 선수가 기자 회견에서 ‘쉬고 쉽시다.’라고 해서 좌중을 웃겼다. 세계적인 수영선수로 이미 세상에서 널리 알아주고 있는 21살의 박태환 선수와 한자리에서 승리를 다시 확인하는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박태환과 정다래 선수는 한결같이 금메달을 딴 후 하루 쉬는 날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잠만 자면서 쉬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은 이들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얼마나 고된 연습을 했었는가를 알려주고 또 그 결과로 금메달을 딴 후 이들이 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일이 ‘잠’이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세상이 다 알다시피 박태환 선수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발휘했던 경험도 있고 2년 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적도 있어서 인생의 신산을 너무나 잘 아는 처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박태환이 어린 나이이면서도 그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성공을 향한 목표를 가지고 다시 일어선 점이다. 그가 만일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대신 그저 안락하게 세월을 보내며 성공하기까지의 고달픔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다면 그는 이제 광저우의 영광을 획득할 수 없었을 터인데, 그는 지난 2년간의 고행을 용케 참아내며 오늘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것이다.
박태환 선수보다도 더 어린 정다래 선수의 경우는  더 힘들었다고 할 것이다. 낙후된 한국의 여자 수영계의 현실을 알면서, 외국 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야만 도달하는 수상의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고된 연습을 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체력조건이 외국 선수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기술수준도 대단할 것도 없는데 한국을 대표해서 중국과 일본 등 수영 선진국 선수들과 힘을 겨뤄야한다는 것은 어린 소녀로서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더 낙담스러운 것은 정다래 선수가 광저우에서 이미 다른 두 종목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했었다는 점이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발버둥치며 외국 선수들과 겨뤄보았으나 그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 어린 소녀가 느껴야했을 좌절은 상상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정다래 선수는 평영 200m 결승을 마치고 우승을 확인했을 때 그 자체가 너무나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기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던 것이다. 정다래는 너무나 좋은 나머지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순간에도 체면불구하고 그만 큰 소리를 내어 대성통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할 때 박태환과 정다래 두 선수가 금메달의 감격을 느낀 흥분을 달래며 이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억눌렀던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일은 잠을 자는 일이었고, 그들이 기자회견에서 호소했던 말도 ‘쉬고 쉽시다’ 였다고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불교에서도 ‘쉬는 일’은 최고로 중요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언젠가 불교TV에서 보니 달라이 라마도 자신을 찾아와 인생의 바른 길을 묻는 이에게 ‘우선 잠부터 깊이 잘 자라’고 권하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진실이 깃든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문제를 어렵게 풀려고 하지 않고 달라이 라마는 인간의 조건과 여건을 감안하여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설명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지난 11월에 한국불교언론인회의 사찰순례길에 동참하여 경북 봉화의 축서사(鷲棲寺)를 찾았을 때 우리를 맞은 문수선원장 무여(無如)스님도 요즘 사람들이 마음을 내려놓고 깊이 쉬기를 간곡하게 권하고 있었다. 스님의 선이야기를 정리한 ‘쉬고 쉬고 또 쉬고’를 들춰보니 거기에도 ‘마음을 닦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음을 쉬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누리면서 잘 살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고 불안과 괴로움에 시달리며 사는 원인은 ‘오직 쉬고 비우고 놓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현대인의 비극이라고 하는 것이다. 스님은 이 책에서 “쉬는 것이 참 공부입니다./쉬는 것을 떠나 ‘무엇을 구한다/ ’무엇을 이룬다‘는 것은/ 헛된 것입니다./ 참으로 쉬는 데서/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한다. “쉴 때는 아주 철저히 쉬고/ 놓을 때는 아주 철저히 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고도 이야기 한다. 스님은 ’오직 쉬는 일, 그것이 참선(參禪)‘이라면서 “참선자는 자신의 마음을 비우되 철저히 비우고 쉬어도 무섭게 쉬고, 놓아도 대단하게 놓아야 한다.”고까지 설명한다.
수영선수 박태환과 정다래가 ‘쉬고 쉽시다’고 하는 것이 무여스님이 말하는 참선공부와 꼭 일치하는 이야기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고된 연습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최선의 기량은 그들이 철저히 쉬는 잠속에서 익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이 비록 참선 정진으로 마음과 몸을 쉬었던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잠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 알았던 것이 경기에서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어린 정다래의 선어 ‘쉬고 쉽시다’는 현대인들에게도 더 값진 충언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