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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전망

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시인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당초 보다 낮은 3% 후반대
해마다 연말이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민관 각 기관에서 다음해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어디까지나 경제전망이기 때문에 경제계획과는 다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은 사실상 기속(羈屬)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적지 않은 영향력이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과 같은 주요 경제전망지표는 발표하는 순간 평가를 받으면서, 반드시 연말 종합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발표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고, 한번 발표했다고 해서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경기변동과 같은 사정변경의 원칙이 생기면 중간 수정발표도 하는 것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3.1%에서 4.5%로 최고 1.4%포인트의 차이를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1%가량 낮아지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세 수입이 대략 4∼5천억 원 줄어들거나, 최고 2조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에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사회 전체적으로 우울한 소식일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소득이나 일자리, 소득 등에 주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내년 경기-물가도 어렵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기대 보다 낮아지면서, 경제 당국도 비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나온 내년 경제전망을 보면 정부 예측 보다 훨씬 낮아지는 추세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내년도 물가여건도 녹록치 않다면서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점을 꼽았다. 근원물가는 곡물을 제외한 농산물과 석유류 등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이고 기조적인 물가를 말한다.
즉, 장마나 가뭄과 같은 계절적인 영향이나 국제석유가격 인상 등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상황을 배제한 변동분을 지칭한다. 따라서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 화폐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고물가의 징후가 농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 위기 등 글로벌 유동성이 상당히 많은 점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면서 한국경제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해 내년도 경제운용 기본방향을 안정(安定)에 두겠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대외 여건의 변동성이 너무 크고, 대내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우선 안정, 특히 재정안정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기조다.


선순환 구조를 위한 경제활동
내년도 경기전망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의욕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 정책금융공사의 조사결과, 내년도 총 설비투자 계획은 올해 보다 2%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도 당초 하반기에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축소조정이 이뤄졌다. 이같은 흐름은 기업인에 대한 조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이 300여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의 기업인이 내년도 경제여건 전망에 대해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문경영인의 67%가 부정적으로 응답해, 오너(owner) 경영인 보다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요인은 주요 선진국의 정책 방향에 주목하면서, 미국 실업과 경기회복 여부, 그리고 중국의 성장세둔화 여부를 꼽았다. 이처럼,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만공(滿空) 스님의 선시 내용처럼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연출한다.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생략)”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주요 경제지표들이 선순환 구조(善循環 構造)를 가지면서 공동체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 주체를 포함해 세상 만물이 더 이상 이권투쟁, 생존경쟁을 하지 않는 서로 나누는 기쁨을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다.


기부의 경제학
최근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 세계일화와 같은 꽃을 피운 사례가 있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개한다. 아시다시피, 안철수씨가 1,5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회에 환원했다. 혹자는 벌써부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모양인데, 사회의 대체적인 반응은 그렇지 않다.
과거 정치자금에 연루돼 마지못해 ‘악어의 눈물’처럼 내놓는 기부금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1,50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이자율을 10%만 쳐도, 유량(流量 flow)으로 보면 150억원에 이른다. 국가 살림규모가 1년에 300조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2만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다. 안철수씨와 같은 부자 2만 명이 비슷한 액수를 기부하면, 매년 2배의 예산을 기부금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7,000명 정도가 기부에 동참해서 100조원을 내놓는다면, OECD 수준의 복지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한국의 기부순위, 세계 하위권 맴돌아
기부 복지사회에 대한 기대만큼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영국의 자선구호재단과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세계 각국 19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도 세계 기부지수 평가>결과다.
평가 결과 전 세계 153개국에서 한국은 81위에 불과했다. 기부금액도 GDP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사회에는 1조원대의 재산을 가진 디제라티(digerati)라는 신흥 부유층까지 등장했다.
디제라티는 디지털(digital)과 지식계급(literati)의 합성어로, 정보기술과 결합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과거 산업자본에 비해 매우 빠른 기간 내 부(富)를 축적한 계층을 말한다. 그러나, 양극화로 인해 2080, 즉 20대 80, 1대 99 사회로 통칭되는 소득격차는 갈수록 커지면서 사회갈등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 더 이상 복지논쟁을 거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보편복지든 개별복지든 실체적인 내용은 공동체 구성원이 행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가 해답을 찾지 못하고, 국민을 상대로 논란거리만 제공하는 현실에서 대안은 기부문화의 확산이다. 시민이 나서야 한다. 부처님도 말씀하셨다.
법보시(法布施)를 강조하셨지만, 그렇다고 재보시(財布施)와 무외시(無畏施)를 결코 따로 떼어놓지 않으셨다.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의 성취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현실을 보면, 재보시를 통해 법보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가만히 보면 정말 많다. 비유하자면, 등잔불이 밝을수록, 등잔 밑은 더 어둡다. 세모(歲暮) 거리의 구세군 냄비소리, 산사의 풍경소리처럼, 우리사회에 끊이지 않는 온정의 기부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겨울철 하늘과 나무 사이에는 한풍(寒風)이 불어도 이심전심에는 온풍(溫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