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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라는 화두 들기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한국선학회 회장


1.
금년도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달 음력 10월 보름(양력 11월 14일)부터 참선 수행하는 선승들은 모두 선방으로 들어갔다. 이로부터 약 3달 간 참선 수행에 들어간다. 내년 음력 1월 보름(양력 2월 11일)이 되어야 끝이 난다. 고려시대에 이 땅에 간화선이 소개된 뒤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간화선의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이런 저런 굴곡이 있었지만, 구한말에 경허 선사에 의해 선불교는 더욱 절 집안에 알려지게 되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성철 선사에 의해 일반인들에게 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간화선看話禪이란, 한자의 내용대로 ‘화두話頭’에 온 의식을 집중하는 명상 수행을 총칭한다. ‘화두’란 ‘이야기’라는 뜻이다. 즉 과거 선배 선사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화두라고 한다. 이런 화두가 선불교 문헌에는 많이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문헌이 『경덕전등록』이다.
이런 화두들을 재료로 사용하여 수행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선불교계에는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수행은 두 종류로 나눌 수가 있는데, 하나는 앞에서 말한 ‘간화看話’이고, 다른 하나는 ‘설화說話’이다. ‘설화’는 화두를 해설하는 것이다. 화두 해설인 ‘설화’의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 바로 『선문염송집』이다. 이 책은 고려 진각 혜심 선사가 편찬했다. 혜심 선사는 저 유명한 고려의 보조 지눌 선사의 제자이다.
위에서 말한 ‘설화’의 형으로는 ‘염拈’과 ‘송頌’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그 책의 이름에 이 두 글자가 들어갔다. ‘염’이라는 글자에는 ‘거론한다’ 또는 ‘제시한다’는 뜻이 들어있는데, 옛 조사들이 한 이야기를 거론하거나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다음에 이렇게 제시된 화두를 가지고 다양한 각도에 게송의 방식을 빌어서 설명하는 것이 ‘송’이다.
‘간화’가 자기 자신의 수행을 위한 수단이라면, ‘설화’는 타인의 수행을 지도하기 위한 수단이다. 선승들이 설법을 할 경우에는 주로 ‘설화’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런 설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두와 그 전후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2.
이번 호에는 그 많은 화두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에 또 많은 수행자들에게 애용되었던 ‘무자 화두’에 대하여 말해 보기로 한다. 이 화두에 내력이 있다. 이제 그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필자가 이렇게 소개하는 것도 일종의 ‘염拈’이다.


조주 종심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개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있느니라(有).”
스님이 다시 물었다.
“있다면 어째서 가죽 부대 속에 들어 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가 알면서도 짐짓 범했기 때문이니라.”


(또 다른 때에) 어떤 스님이 조주 선사에게 물었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없느니라(無).”
스님이 다시 물었다.
“일체 중생이 모두가 불성이 있다 했거늘 개는 어째서 없다 하십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에게는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지!”


이렇게 개의 불성에 대해서는 ‘있다(有)’는 대답도, ‘없다(無)’는 대답도, 모두 전하고 있다. 그런데 ‘없다’는 대답이 더 많이 세상에 유행했다. 송나라 시대 이후로 내려오면서 ‘없다’는 ‘무자 화두’는 수많은 화두의 대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이 화두에 대한 잘못된 수행들도 생기게 되었다. 마침내 진각 국사 혜심 선사는 잘못된 수행 10가지를 조목조목 거론했고, 뒷날 백파 긍선 선사는 이 열 가지 잘못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면 그 열 가지 잘못이란 무엇인가? 이하에 그것을 차례대로 소개하기로 한다.
 
① 유무有無의 무無로 이해하는 잘못.
② 진정한 무(眞無)의 무無로 이해하는 잘못.
③ 현묘한 도리道理가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잘못.
④ 이리저리 따져서 궁리하는 잘못.
⑤ 눈썹을 움직이거나 눈을 깜박거리는 것으로 이해하려는 잘못.
⑥ ‘말로 따지는 방법(語路)’ 속에서 ‘살 궁리(活計)’를 하는 잘못.
⑦ 아무것도 일삼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잘못.
⑧ 화두 드는 자체로 수긍하려는 잘못.
⑨ 문자를 끌어들여 체험하려는 식으로 수행하는 잘못.
⑩ 미혹한 채로 깨칠 날을 기다리는 잘못.


3.
이렇게 ‘무자 화두’를 들어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하기 십상인 과오들을 열 가지로 나열하고 있다. 이것을 다시 넷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자세하게 말하면 10가지 잘못이 있지만, 간략하게 넷으로 묶으면 유심有心과 무심無心, 그리고 언어를 사용하느냐와 침묵만 하느냐이다. 이에 대해 대혜 종고 선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유심有心으로 무자 화두를 깨달아 알려 해도 안 되고, 무심無心으로 무자 화두를 깨달아 알려고 해도 안 되며, 언어를 사용해서 무자 화두의 의미를 조작하려고 해도 안 되고, 침묵으로 무자 화두의 의미를 통하려 해도 안 된다.”
“師乃云, 佛法要妙, 離言說相, 離文字相. 離心緣相. 不可以有心求, 不可以無心得, 不可以語言造, 不可以寂默通. 如塗毒鼓, 聞著則腦門百裂. 似猛火聚, 近之則燎却面門.”<『大慧普覺禪師語錄』 권5(T47, 829b29)>


그런가 하면 이 넷을 더 줄이면 두 가지 잘못으로 묶을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잘못은 생각으로 알 수 있는가 아니면 생각으로 알 수 없는가라는 2가지 잘못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역시 대혜 스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
“如僧問趙州, 狗子還有佛性也無. 州云無. 只管提..覺. 左來也不是, 右來也不是.”<『大慧普覺禪師語錄』 권30 「答張舍人狀元」(T47, 941b10)>


한편은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래도 안 되고, 이러지 않아도 안 되고, 그 둘 어느 쪽이 아니어도 안 된다.”
“一日因老僧陞座, .藥山和.初參石頭. 問石頭云, 三乘十二分., 某甲粗亦.窮, 曾聞南方有直指人心見性成佛, 實未明了, 乞師指示. 石頭云, 恁.也不得, 不恁.也不得, 恁.不恁.總不得. 藥山不契.”<『大慧普覺禪師語錄』 권22 「示永寧郡夫人」(T47, 904a9)>


이렇게 열에서 넷으로, 넷에서 둘로 줄였는데, 이것을 더 줄인 분이 있는데, 그 분이 바로 백파 긍선 선사이다. 『선문수경』에서 백파 선사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10종의 잘못을 제거하지 못하겠거든 그저 “이것이 무슨 말인가(是箇什.道理)” 하고 참구하라고 가르치신다. 여기에 나온 한문 ‘道理도리’는 ‘이야기’, ‘말’의 의미이다. 이것을 더 줄여서 경상도 지방 말로는 “이뭣고”라고 한다.


4.
금년은 어느 해 보다도 날씨가 춥단다. 이런 때를 즈음하여 선승들은 한가한 장소를 택하여 10명 내지는 20명 정도 씩 모여 ‘삼동결제’를 한다. 90일의 집중 수행에 들어간 것이다. 만약에 선 수행에 뜻을 둔 재가자라면, 이 긴 겨울에 ‘무자 화두’ 수행하는 것도 좋겠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다. 위에서 진각 국사께서 제시한 잘못 중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이 몇 개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⑩ 미혹한 채로 깨칠 날을 기다리는 잘못’이다. ‘번뇌즉 보리’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중생이 부처’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수행을 해야 한다. 희로애락과 어묵동정이 그대로 도라는 말에 속아서 막행막식해서는 안 된다. 이뭣고? 퉷.


E-mail : ananda@yonsei.ac.kr